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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인 최경희씨(42·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최근 몇 주 동안 새벽 4~5시까지 뜬눈으로 지새웠다. 2~3시간 자고 일어나 남편과 아이를 배웅하고 나면, 오전 11시 쯤 피곤이 몰려와 저도 모르게 자리에 눕게 된다. 최씨는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낮에는 정신이 맑지 않아 종일 무기력하다”고 호소했다.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좀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회사원 김형조씨(28·경기도 안산시).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어도 몇 번씩 깨기를 반복하고, 다음날 피로가 쌓인 채로 출근해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지, 밤에 잠을 자려고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며 불안감을 느낀다”는 김씨는 “잠이 오지 않으면 부담감을 잊기 위해 TV를 틀어놓고 보거나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말한다.
▣ 잠 못 이루는 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피곤해서 잠이 쏟아지는데도 막상 눕기만 하면 정신이 또렷해질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불면증’은 잠들기가 어렵거나 잠들더라도 자주 깨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불면증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스트레스와 흥분,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나타난다. 서울시립은평병원 정신과의사 이유진 박사는 “불면증에서 벗어나려면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면제 같은 약물치료로는 수면을 방해하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생활습관을 짚어보고 잘못 학습된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
▣ 숙면을 취하는 방법
수면제 의존말고 생각과 습관을 바꿔야…
▶ 자신의 수면시간을 파악하라=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껴 가능한 많이 자려고 한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수면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의 수면시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몇 시간을 자야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수면주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난 여덟 시간은 자야 하는데’, ‘불면증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 거야’, ‘남들은 잘들 자는데 왜 나만 못자는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잠만 더욱 쫓아낼 뿐이다.
▶ 시간을 정하고 자는 버릇을 들여라=몇 시간을 자는 가보다는 언제 자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양질의 수면은 잠든 후 30분 뒤부터 시작되는데, 이 시기를 ‘델타수면’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델타수면에 가장 잘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 사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시간에는 되도록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이나 휴일에 하루 종일 잠만 잔다면 오히려 수면리듬을 깨트리게 된다. 비록 실제로는 잤다고 느껴지지 않더라도, 몸은 우리가 잠자리에 누워있는 것을 ‘수면’으로 인식한다. 낮잠을 많이 자거나 저녁 내내 소파에 늘어져 있으면 오히려 취침 시간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전날 늦게 자도 기상시간은 규칙적으로 지켜야 불면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잠들기 전에는 다른 일은 하지마라=저녁에는 운동이나, 자극적인 활동 또는 열중해야 할 일 등을 자제한다. 이러한 것들은 몸과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어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잠자기 4시간 전에는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잠자리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음식을 먹는 것은 오히려 각성효과를 일으키므로 삼가 한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큰 경우에는 침실에 있는 시계마저 치워버리는 편이 낫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계속 신경 쓰다보면 오히려 신경이 더 날카로워져서 숙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TV나 컴퓨터를 켜는 대신 어두운 방에 가만히 눕거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 20~30분 정도 호흡을 관찰하는 명상을 한다. 우선 편안히 잠자리에 누워 이완감이 점차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껴본다. 그 다음, 복식호흡에 주의를 집중한다. 한 손은 배 위에 놓고 다른 한 손은 가슴 위에 올려놓고 숨을 천천히 쉬거나 깊게 쉬려고 애쓰지 않고 단지 배로 호흡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반복적으로 하나의 단어를 되풀이하며 정신집중을 통해 숙면을 유도한다. 숨을 내쉴 때 조용히 ‘들숨’ ‘날숨’이라는 말을 계속 되풀이해 생각하거나 숨 쉴 때 배가 오르내리는 것에 정신을 집중한다. 이러한 명상에 집중하다보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정신적·육체적 긴장이 풀어져 효과적으로 잠을 잘 수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수면장애센터의 그랙 제이콥스 박사는 이 같은 명상방법이 포함된 ‘불면증 자가치료 6주 프로그램’을 개발해 10년 이상 된 환자들의 수면장애를 100% 개선했다.
▶ 나의 불면증 정도는?
해당항목에 체크를 하신 후, 항목의 수를 계산하여 아래에 나와있는 설명을 참조하세요.
□ 머리속이 복잡해서 잠들 수 없다.
□ 자다가 깨어나면 다시 잠들지 못한다.
□ 걱정거리가 많아서 항상 긴장을 풀 수 없다.
□ 밤에 잠을 잤지만 아침에 여전히 피곤하다.
□ 때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것이 두렵다.
□ 몇 시간 못자고 깨어난다.
□ 잠드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
□ 아침에 몸이 뻣뻣하고 쑤신다.
□ 잠을 잘 수 없을 때 우울하게 느낀다.
해당항목의 수에 따른 평가
▶ 1~3개: 별다른 문제가 없다. 가끔씩 발생하는 수면장애는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단, 한 항목만 해당되더라도 많이 힘들다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 4~6개: 수면장애의 가능성이 있다. 커피, 술, 담배 등을 삼가하고 낮에는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며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수면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 7~이상: 전문적인 의사(수면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청해야 하는 심각한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