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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본에너지는 때빠(mKhris-pa, 膽)이다. 때빠는 티베트에서 화염(火焰, flame)을 의미한다. 병리학적 개념의 화나 열이 아니라 생리활동에 필요한 화의 개념으로 본성이 뜨거운 성질이어서 불의 요소와 매우 연관이 깊다. 때빠는 체온을 유지하고 소화와 흡수를 도우며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또한 허기와 갈증을 느끼도록 하고 피부를 윤기가 나도록 하며 감기와 오한을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담력과 결단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몸에 열이 너무 많으면 그 열이 대사계를 태우고 간장 소장 그리고 담낭과 같은 내장기관을 상하게 한다. 또한 고혈압과 다른 혈액관련 질환들을 일으키게 되고 시력을 손상시키며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열이 너무 적으면 항상 기가 꺾여 자존감이 저하될 수 있다. 염증성질환 감염증 및 순환기질환들은 모두 이 때빠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때빠 질환은 인도같이 기후가 무더운 나라에 흔하다. 규지에는 47종의 때빠 병이 나와 있으나 여기에서는 다섯 가지 주요 때빠만 소개하겠다.
첫째, 소화때빠(消化膽)는 위와 장에 위치하고 음식물의 소화가 주된 기능이다. 음식물의 영양분(정수)과 찌꺼기(조박)의 분리를 도와 열을 발생시키고 다른 네 가지 때빠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다. 때빠에 장애가 생기면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와 설사 같은 소화기질환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실행때빠(實行膽)는 심장에 자리하며 무엇인가 할 마음이 내키도록 하는 것이 주 기능이다. 생각과 마음 기개 욕망 그리고 자만심을 내게 하고 성공적인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대망을 이루도록 돕는다. 실행때빠에 장애가 생기면 생활에 관심을 잃게 될 수 있다.
셋째, 조색때빠(調色膽)로 간에 위치하여 주로 음식물의 영양 색소를 변화시켜 혈액의 붉은색 담즙의 황록색 근육의 적색 그리고 대변의 갈색과 같은 여러 색깔을 내도록 한다.
넷째, 시각때빠(視覺膽)는 눈에 있어 시각을 책임지며 색깔을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시각때빠에 교란이 생기면 시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명색때빠(明色膽)는 피부 표면에 위치해 피부에 건강하고 활력 있는 맑은 윤기가 돌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 때빠에 문제가 생기면 안색에 이상이 오게 된다.
티베트의학의 세 기본에너지 마지막은 왜껜이다. 티베트에서 왜는 흙을 뜻하고 껜은 물을 뜻한다. 점액(粘液) 혹은 담(痰)으로 의역된다. 타액(침) 진액 그리고 다른 액성 성분의 기능과 관련되어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고 위에서 음식물이 잘 섞이도록 돕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며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기능을 한다. 몸에 체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탈수 상태에 놓이게 되고 또 너무 넘쳐도 몸에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러한 체액의 부조화는 혈액순환과 뤼 에너지의 미세한 흐름에 영향을 미쳐 부종 과체중 신장질환 그리고 각종 소화기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소화와 흡수에 관련된 질환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중년 여성들의 다리나 발목 부종도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 모두 흡수력 장애와 신장 기능 이상과 관련이 깊다.
왜껜의 본성은 차고 물의 요소와 관련된 것이다. <규지>에는 왜껜에 43종류가 언급되어 있으나 역시 중요한 5가지 유형만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째, 의존왜껜(依存痰)은 가슴에 흉곽을 따라 위치하며 체내의 수분과 진액의 균형을 조절하며 다른 네 왜껜의 기능을 지원한다. 의존왜껜에 이상이 생기면 극심한 갈증에 시달릴 수 있다. 둘째, 분해왜껜(分解痰)은 ‘혼합(mixing)' 혹은 '반죽(kneading)' 왜껜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겠는데 소화관(위장)의 상부에 위치하여 음식물을 반유동성 물질로 잘게 분쇄하는 기능을 한다. 이 분해과정은 소화에 관여하는 다른 두 인자 소화때빠 및 화반뤼와 협동하여 음식물의 소화와 분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화가 덜된 음식물이 변에 섞여 나오면 바로 이 분해왜껜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셋째, 감미왜껜(感味痰)은 혀와 구강에 위치하여 음식물의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 그리고 아린맛을 감별한다. 이 왜껜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맛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