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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차 시즌이다. 햇차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찻장이나 다탁을 정리하다보면 곳곳에서 짧으면 1년, 길게는 2~3년씩 묵은 차가 나오게 마련이다. 정성껏 만든 귀한 차를 버리자니 아깝고, 습기나 잡냄새를 머금어 고유의 향이 사라진 탓에 먹기에도 꺼려진다. 그렇다면 묵은 차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은 없을까?
▷ 유비무환, 차 보관은 이렇게
햇차의 향과 맛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빛과 열, 냄새와 습기에 주의해 보관해야 한다.
차를 보관할 때는 차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잘 봉한 후 냄새가 나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둔다. 특히 녹차는 완전히 밀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음식 냄새를 흡착해 차 고유의 향미를 잃게 된다. 진공 포장된 차는 비닐로 한 겹 더 싼 후 -5℃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차통을 이용할 경우에도 한 가지 종류의 차만 담아둔다. 특히 청차나 흑차, 홍차류는 향이 강해 차통에 향이 배게 되므로 주의한다. 100g 단위로 구입했을 경우에는 소량으로 나누어 밀봉한 후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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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덖어 햇차처럼
차를 개봉해 다 먹지 못하고 한해, 두해 넘기거나 보관상의 잘못으로 차에 습기가 스며들어 변질됐을 경우에는 한 번 덖어 습기와 냄새를 없앤다. 깨끗한 솥뚜껑이나 사용하지 않은 프라이팬, 바닥이 두꺼운 냄비 등에 묵은 찻잎을 넣고 찻잎 부스러기나 줄기 등은 골라낸다. 약한 불에 골고루 덖다가 차에서 묵은 냄새가 빠지고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려 식힌다. 이 때 손을 깨끗이 씻어 다른 냄새가 차에 배지 않도록 한다. 한 번 덖은 차는 다관에 뜨거운 물을 반쯤 붓고 차를 넣은 후 다시 물을 부어 우리는 중투법(中鬪法)을 사용하면 더욱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 꽃향 더하거나 환(丸)으로 즐겨보자
묵은 차를 덖었다고 해도 향이 햇차 만큼 강하지는 않다. 이럴 땐 봄의 상징인 매화나 목련꽃을 이용해 보자. 냄새가 나지 않는 비닐봉지에 차와 꽃잎을 함께 넣어 3~4일 정도 둔 후 우려 마시거나 차 우린 물에 직접 매화를 띄우면 은은한 꽃향이 차에 향기를 더한다.
한국차문화협회 천안지회 전재분 회장은 묵은 차를 덖어 환(丸)으로 만들어 먹어볼 것을 권한다. 우선 묵은 차를 깨끗하게 씻은 전기밥통에 덖는다. 보통 밥을 지을 때의 온도에서 습기와 냄새를 제거 한 후 찻잎을 가루 낸다. 여기에 되직하게 쑨 찹쌀풀을 섞어 환으로 만들어 하루 5~6알씩 씹거나 물과 함께 먹는다. 찻잎의 영양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기나 향이 강한 음식을 먹고 난 후의 입 냄새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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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해요
묵은 차를 이용해 차의 살균, 탈취 효과를 생활 곳곳에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선 돼지고기나 쇠고기 혹은 생선을 요리할 때 찻잎을 넣으면 특유의 고기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요리를 하면서 손에 배인 냄새 역시 찻잎을 물에 적셔 손바닥으로 비벼 닦으면 말끔하게 없어진다.
차는 항산화 작용이나 염증 제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묵은 차를 진하게 우려 세숫대야에 넣고 족욕을 하면 차의 카테킨 성분에 의해 무좀균의 증식이 억제되고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도 좋다. 마찬가지로 묵은 차를 헝겊 주머니에 넣어 욕탕 속에 넣어 우린 후 목욕을 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노폐물이 잘 빠진다. 또한 여드름이나 기미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차 우린 물로 세수를 하면 증상이 개선되고, 머릿결에 윤기가 없는 사람은 머리감을 때 찻물로 이용하면 머릿결이 부드러워지고 비듬 발생이 적어진다.
또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주전자나 프라이팬, 냄비 등을 녹차 우린 물로 닦으면 냄새가 쉽게 없어진다. 집안이나 사무실에 페인트칠을 해 머리가 아플 때는 프라이팬에 묵은 차를 넣고 볶아 연기가 집안에 퍼지도록 하면 페인트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옷장이나 신발장 등의 습기와 냄새를 제거할 때도 찻잎을 헝겊 주머니에 넣어 두면 좋다.
불면증으로 잠을 잘 못자는 사람이라면 찻잎 베개를 만들어 보자. 묵은 차나 마시고 난 찻잎을 말려 베개를 만들면 은은한 차 향기가 숙면을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