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생활 > 웰빙
서광 스님이 말하는 '우리아이 가정교육법'
“어떻게 하면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


보스턴 서운사 주지 서광 스님. 현대불교자료사진.
“오늘이 관음재일이죠. 여기 오기 전에 법당에서 ‘내 아들 딸 잘되게 해주십시오’하고 기도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부모는 자녀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4월 1~2일 양일간 서울 봉은사에서 진행된 강연회 현장. 서광 스님(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이 묻자 법왕루를 가득 메운 300여명 대부분이 손을 높이 들었다. 다시 스님이 “부처님 전에 ‘자녀가 말 잘 듣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한 분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이번에도 청중들 과반 수 이상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이어지는 스님의 따끔한 일침.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상대가 바뀌길 기도하기보다 나를 제대로 관찰하고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자녀와의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보스턴 대학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서광 스님은 어린이 인성지도 캠프를 진행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에 대한 지침을 풀어냈다.

일반적인 자녀 교육법과 달리, 스님이 강조하는 ‘교육’의 주체는 자녀가 아니라 부모다. 스님은 부모의 생각과 생활방식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부모들의 마음가짐이 모든 가정교육의 뿌리라고 말한다. 따라서 부모는 말 한마디를 건넬 때도 ‘이것이 내 즉흥적인 기분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인가’를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

서광 스님은 “부모가 아이를 교육시킬 때는, 부모의 행동과 태도가 아이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 및 기준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부모들의 관심은 오직 공부뿐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버릇없이 굴며 부모마저 무시할 때도 공부만 잘하면 문제 삼지 않다가도,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면 ‘대체 뭐가 문제니?’ 하고 묻지요. 하지만 그런 질문마저도 진정으로 아이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던지는 것이 아니라 빨리 감정을 수습하고 공부하라고 얘기하기 위해서 묻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모의 대화 방식은 항상 문제의 핵심을 비껴나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단절을 가져온다고 스님은 설명한다.

스님은 또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눈과 눈을 맞추고 나누는 진심어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진정 자녀가 바뀌기를 원한다면 평소에 일정한 시간을 내어 대화를 나누라”며 “이때는 자신의 감정을 비워놓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어 스님은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나누는 대화에도 법칙이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일정한 시간을 내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제가 일어난 후 잘못된 점을 다그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스스로 자기가 잘못한 부분을 알면서도, 부모가 화를 내면 불합리하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이성적인 태도와 조용한 말로 타일러 스스로 납득하도록 이끌어야 하지요.”

스님의 강연을 듣던 한 참석자는 “아이를 가르치다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스님이 말씀하신 ‘나를 비운’ 상태로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이에게 공격적으로 야단을 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 화를 아이에게 표현하는 것’이 우선입니까, 아니면 ‘아이를 납득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입니까? 좋은 부모는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것보다, 자녀가 문제해결을 하는 최선의 길을 가르쳐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스님은 아이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부모가 화를 표현하기 보다는 아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로 대화에 임하고 △대화를 할 때는 1대1로 꾸짖기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여 토론해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실천사항은 아이가 스스로 정하도록 유도해 △ 2개월 정도 매일 밤마다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서광 스님이 조언하는 다섯 가지 자녀 교육법

1. 아이의 그릇을 키워라. 눈에 당장 보이는 학교성적에 매달리거나, 부모가 못 이룬 것에 대한 미련을 아이에게 투사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인생에 애착을 갖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미래를 보고 교육에 임하라.

2. 문제의 해답보다는 문제를 푸는 원리를 가르쳐라.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고의 유연성, 탄력성, 창조성을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라.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물어보고 아이의 문제해결과정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라.

3. 자기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라. 홀로 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하라. 아이가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얼른 일으켜 세우지 않고 일어날 때까지 지켜보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난 아이에게 칭찬을 건네는 식이다.

4. 해주고 싶은 것이 100% 있다면 이중 70~80%만을 주어라.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모두 다 베풀어버리면 소중함을 모르게 된다. 만약 가계지출 중 자녀교육비가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자녀에게 쓰는 지출의 20~30%는 부모 자신의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부모가 되라. 아이에게 필요한 적절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5. 부부가 한 목소리를 내라. 부부가 의견의 일치를 보고 교육방침을 세워야 아이도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지침을 부부가 서로 의논해 공동으로 설정하고, 이 일로 아이들 앞에서 다투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값진 교육은 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은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5-04-13 오후 6:38: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