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부터 티베트의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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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기본에너지의 하나인 뤼의 두 번째 유형을 소개하기에 앞서 최근 중국에서 발간된 <중국장의약학(China's Tibetan Medicine, 2005, Beijing, Foreign Languages Press)>을 읽어본 필자의 개인적 소회를 잠깐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제목부터가 무척 심기에 거슬렸다. ‘중국’을 굳이 앞세운 제목 설정의 저의는 빤한 것이다. 티베트의학(중국에서는 ‘장의학’이라함)을 한족과 50여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거대 중국의 여러 중국전통의학중의 일부로 공식화하려는 그들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저자도 티베트인(臧族)이 아닌 한족(漢族)들이다.
지면 곳곳에서 억지스러울 정도로 중의학(한의학)의 개념과 대비시켜 연관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고 교묘하게 불교적 배경을 배격하고 사실(史實)에 입각한 ‘과학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약사부처님과 제자들 간의 문답 형식으로 전개된 하나의 경전으로 약사부처님이 설하신 것으로 알려진 <사부의전>의 기원에 대해서도 고증학의 명분을 빌어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마치 영혼이 없는 정교한 인조인간을 대하는 듯한 섬뜩한 느낌이 든다. 최근 고구려를 자기들의 변방 민족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교묘한 수작이 바로 티베트의 침략사와 동화 정책을 그 모델로 한 것이다.
뒤틀린 심기를 추스르고 내용을 살펴보면 이제껏 서양 언어로 출간된 티베트의학 단행본들 중 질과 양에 있어 보기 드문 수작임을 알 수 있다. 필자의 ‘한국티베트의학원’소장 티베트의학 도서 40여 단행본들 중 가장 최근에 출간된 영문 서적이다. 그래서 최근 중국 내의 티베트의학 연구 성과와 현황들이 충실히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흠으로는 티베트의학의 세계적인 선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 티베트망명정부쪽의 눈부신 활약상과 국제적 위상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열풍과 시장성을 의식하여 80~90년대부터 티베트의학 전문인의 양성과 제약 산업의 육성에 진력해온 나름대로의 꾸준한 역정과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양으로 압도하겠다는 ‘인해전술’이 연상된다.
어찌됐건 새해 들어 발간된 최신간으로 361쪽의 비교적 방대한 분량에 티베트의학의 전반을 잘 정리해 소개한 책이었다. 서양 언어를 통해 티베트의학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론으로 되돌아가 다섯 유형의 뤼 중 둘째, 상행뤼(上行氣)를 살펴보자. 상행뤼의 주처(住處)는 가슴에 위치한다. 이 에너지는 코 혀 및 목구멍을 운행한다. 그리고 발음 기억 안색(윤택) 명석함과 근면성을 주관한다. 상행뤼에 혼란이 있으면 말하는 행위에 이상이 온다.
셋째, 범습뤼(汎濕氣)는 편행뤼(遍行氣)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심장에 위치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온몸에 두루 퍼져 혈액순환과 영양공급을 주관한다. 또한 걷기 들어올리기 뻗치기 등의 사지활동과 입놀림 눈 깜빡임 말하기와 사고에 관여한다. 범습뤼에 불균형이 있으면 모든 신체의 동작과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 정상적인 심신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에너지이다.
넷째, 화반뤼(火伴氣)는 위에 자리하고 소장과 대장 등의 장기들 내부를 순환한다. 영양분(精髓)과 노폐물(糟粕)의 분리를 도와 소화를 촉진하고 혈액 같은 7대 체구성물질의 생성을 돕는다. 화(火)를 수반하는 이 에너지에 부조화가 생기면 전소화계에 이상이 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하설뤼(下泄氣)가 있다. 이 에너지는 항문 혹은 직장에 위치하여 대장 방광 회음부(생식기) 및 안쪽 대퇴부 등 신체하부를 운행하며 사정 월경 배뇨 배변 그리고 분만 과정에 관여한다. 하설뤼에 균형이 깨지면 신체의 모든 배설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고 출산 시 분만이 지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