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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서부터 문화까지 담는다"
[황금보다 귀한 보물-사발전]

<황금보다 귀한 보물-사발>전이 열리는 영암도기문화센터 전시장.


우주를 담는 그릇이란다.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되고, 술을 채우면 술잔이 되며, 차를 따르면 찻잔이 되는 까닭에서다. 그래서 이것을 모은 전시의 주제를 ‘황금보다 귀한 보물’이라 이름했다. 성(聖)과 속(俗)을 뛰어넘어 그 모든 것을 부처의 마음으로 수용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전남 영암도기문화센터(소장 이상용)는 4월 1일부터 3개월 간 센터 상설전시관에서 이화여대박물관이 기획한 ‘황금보다 귀한 보물-사발’ 특별전을 연다. 국보나 보물 딱지를 붙인 ‘명품’과는 거리가 먼, 민간에서 각종 음식을 담는데 널리 쓰이던 ‘사발’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5천년의 세월 동안 민간의 삶 한가운데서 사람들의 체취를 담아온 한국과 중국 사발 400여점이 진열대에 오른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조선에서 막사발로 불리던 <이도다원>은 일본으로 건너가 국보가 됐다.
각처에서 생산된 다양한 형태의 사발들을 시대별ㆍ종류별ㆍ지역별로 7개의 공간에 구분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사발에 시대와 종류의 구분이 있겠냐 싶지만, 사발은 도자기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자기의 초기형태인 ‘토기’를 모은 흙사발을 시작으로, 청자의 기원으로 유추되는 황색빛의 녹갈유 사발, 검은빛의 흑갈유 사발 등이 전시장 초입에 진열된다. 중국 남선종(南禪宗)의 맑은 차와 함께 서해를 건너와 고려에 꽃을 피운 청자 사발, 소박한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조선 고유의 분청 사발 등도 각각의 전시실에서 선보이며 고려와 조선 자기의 특징을 드러낸다.

특히 분청 사발 가운데 ‘이도다완’이 이목을 끈다. 조선에서는 ‘막사발’로 불리며 민간에서 통용되던 이 사발은 일본으로 건너가 국보 및 중요문화재로 지정되며 더없는 인기를 누렸다. 심지어 어느 성주는 자신의 작은 성(城)하나와 분청 사발 하나를 맞바꿨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이외에도 순백의 미가 돋보이는 백자 사발과 그 위에 푸른 빛 그림을 담은 청화 백자 사발 역시 함께 만날 수 있다.

이화여대박물관 나선화 학예연구실장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동아시아 사발을 한데 모아 전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생명과 문화를 담고 있는 사발 자체의 예술성과 동양 도자사를 함께 읽어낼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61)470-2566




# 전시기획자가 말하는 ‘전시실별 관람포인트’


토기 전시방

토기(삼국시대).
토기는 점토질의 태토(도자기를 만들 때 쓰이는 기본 흙)로 800도 이하의 온도에서 구운 그릇을 말한다.

기원전 5천년부터 삼국시대 이후까지 이어진 흙사발에서 사발 제작의 역사가 시작된다.

-> “생명을 담은 흙의 기운을 느끼자. 거칠고 투박한 형태와 선(線)에서 현대적인 미감을 느껴봐도 좋다.”



녹갈유 전시방

낮은 온도에서
녹갈유 사발(요).
구운 토기는 단단하지 못해 그 쓰임새가 다양하지 못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심하던 중, 우연히 유약을 발견하게 된다.

가마 속의 나뭇재가 날려 흙그릇 어디엔가 스며들었고, 나뭇재와 흙이 높은 온도에서 결합해 엿기름같은 유리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을 보통 자연유(自然釉)라고 부른다.

녹갈유 사발은 이러한 원리에서 만들어진 자기다. 가마 속 온도가 1300도에 가까워지면 태토의 유리질화가 진행돼 강도가 높아지고, 또한 유리질 현상이 일어나는 곳에서 누런빛이나 푸른빛이 난다. 누런빛과 푸른빛을 결정하는 것은 흙 속 미량의 철분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렸다.

-> “흙에서 푸른 옥(玉)으로 가는 과도기적 자기다. 자연유약으로 누렇고 푸른 옷을 입게 된 자기의 빛깔을 살피고, 구연부(입술이 닿는 부분)의 형태가 초기 토기에 비해 얇아지면서 벌어지는 것을 주목하라.”




흑갈유 전시방

흑유 사발(송).
중국의 송나라에서 제작돼 근대까지 널리 쓰인 것으로, 산화철 함량이 높은 붉은 흙물과 잿물을 입혀 검은빛 자기를 만들어 냈다.

-> “송나라 당시 음용했던 흰 거품의 차와 색의 대비를 이루며 조화된다. 검은빛에서 문득문득 드러나는 갈색, 청색, 붉은색 빛깔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청자 전시방

중국
연꽃무늬 청자 사발(고려).
남북조시대에 월주(越州)라는 지역에서 유약의 원리를 발견한 이래, 이후 본격적으로 유약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유약은 쉽게 말해 잿물이다. 월주가마에서 만든 비색의 청자를 받아들이면서 12세기 고려는 고려청자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중국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이 집약된 고려 고유의 ‘상감청자’가 개발된다.

청자는 유약의 유리질 현상으로 반사가 심해, 양각ㆍ음각의 문양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려인이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문양을 박아넣는 것이다.

나무에 조개껍질을 박아 넣고 옻칠을 한 나전칠기와 똑같은 기법이다.

->“청자의 미려한 빛은 참선의 높은 경지를 색으로 드러낸 것이다. 푸른 옥빛과 함께 상감청자 사발에 섬세하게 새겨진 연꽃무늬, 연당초무늬, 귀얄무늬 등을 꼼꼼이 살펴보자.”



분청 전시방

1350년경
분청 사발(조선).
왜구가 쳐들어오면서 청자를 만들던 관요(官窯ㆍ국가에서 운영하던 가마)가 문을 닫고 도공들도 전국으로 흩어진다.

가마와 태토, 유약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청자였지만, 그 질이 나빠 좋은 빛깔의 청자를 뽑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칙칙한 빛깔을 감추기 위해 상감할 때 쓰던 백토로 하얗게 분장을 하게 된다.

그것이 세계도자사에서 유례없는 ‘분청사기’의 시작이었다. 분청사기는 관요가 아닌 민간에서 자유스럽게 만들어낸 자기였기에, 도공들의 개성이 담뿍 묻어난다.

-> “도기의 투박한 느낌과 자기의 세련되고 매끈한 느낌이 공존하는 사발이다. 자기 같은 도기, 도기 같은 자기의 성격을 드러내는 조선 분청 사발은 중국 북방의 자주요(磁州窯)계 도자기와 상통하는 특징이 있음을 유념해 비교 관람하자.”



백자 전시방

관요 백자 사발(조선).
조선에서 분청사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을 때, 중국에서는 백자를 완성한다. 태토 속에 철분을 완벽하게 제거해 산화를 막았고 흰빛을 그대로 살렸다.

-> “흙에서 백옥(白玉)으로 가는 기술혁신을 느낄 수 있다. 좌우대칭의 매끈한 관요 사발, 거침없는 터치가 살아넘치는 민요 사발을 비교ㆍ대조해 보자.”





청화백자 전시방

백자는 청색 코발트 안료로
청화 백자 사발(원).
문양을 그린 청화백자를 중심으로 발전한다.

중국 원나라에서 기술의 완성을 본 청화백자 사발은 백옥 바탕에 꽃과 새, 풍경과 인물, 길상의 상징들이 담겨진다.

조선에서도 국가가 분원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다른 조선백자의 미를 창출한다.

-> “중국 백자 사발에 자유롭게 펼쳐진 다양한 빛깔과 정교한 연꽃무늬가 관람 포인트. 한국백자의 맑고 품위있는 분위기와 비교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 것.”

강신재 기자 |
2005-04-04 오후 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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