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시작되는 꽃봉오리가 차례로 벌어지며 사방을 물들이면 우리 마음 속 겨우내 있었던 근심도 봄 햇살에 모두 풀릴 것만 같다. 산으로 들로 떠나고 싶어지는 4월, 한국관광공사가 4월에 가족과 함께 가볼만한 곳 네 곳을 정해 일반에 공개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남사당 바우덕이의 풍류를 찾아 안성으로=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 싶다면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으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고 청룡사, 석남사, 칠장사 등 천년고찰이 있는 경기도 안성은 어떨까. 가족과 그림 같은 호수에서 낚시를 하거나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고찰에서 참배를 한 후 안성의 상징인 남사당 풍물놀이를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사당 전수관 야외공연장에서는 40년 전통의 강선영 무용단이 펼치는 태평무와 남사당 풍물놀이 상설공연이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와 6시 30분에 공연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10월 말까지 열릴 예정이다.
사물놀이, 덜미(인형극), 살판(땅재주놀이), 어름(줄타기), 무동놀이 등 남사당 풍물놀이 여섯 마당, 왕실과 국가의 태평성대를 축원하기 위해 추던 태평무(중요문화제 제92호)를 감상할 수 있다.
경주 남산 나들이=봄에는 벚꽃도 유명하지만 모처럼 봄 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에 나섰다가 사람과 차구경만 하고 돌아오는 일은 없었는지. 이번 주말에는 산에 오르며 저 멀리 발아래 펼쳐진 벚꽃들을 유유히 감상하자. 경주 남산에 올라 볼 수 있는 경주의 배리평야와 그 일대의 꽃이 만발한 4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특히 경주 남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불상과 유적이 남아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만 조각을 보아왔던 아이들에게 소나무 숲에 어우러진 남산 부처님들을 보이면서 2천 년 전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공부가 아닐까. 남산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서남산과 동남산으로 나뉘는데, 배리석불입상에서 시작해 삼릉을 거쳐 시작하는 서남산 코스는 마애관음보살상, 선각육존불, 마애석가여래좌상등 가지각색의 부처님을 만날수 있다. 동남산 코스는 보리사의 약사여래와 사방면에 탑과 부처상이 새겨진 부처바위, 감실 부처등을 볼 수 있다. 보리사에서 바라보는 낭산의 풍광도 운치 있거니와 코스가 험난하지 않아 아이들과 오르기에 제격이다.
맑은 바람 밝은 달 청풍호반=제천시에 있는 청풍호반은 1978년 시작된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생겨난 호수다. 청풍문화재 단지를 정점으로 비봉산과 금수산을 끼고, 호반 입구에서 청풍면 소재지까지 13km길이로 벚나무가 이어져 있어 가족들과 주말에 소풍을 나가기 제격이다. 올해 9회째 개최되는 청풍호반 벚꽃축제는 4월 16일, 17일 양일간 본행사가 진행되고, 행사기간 중 하루는 청풍문화재단지를 무료로 개방한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원래 수몰지역 내에 있던 가옥들을 옮긴 민속촌이다. 8만 5천평 규모로 확대 개발된 단지 내에는 SBS ‘대망’ 촬영소와 고려 충숙왕(1317) 때 관아의 연회장소로 쓰이던 한벽루(보물 528호)가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를 나와 호반 쪽으로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충주호 130리길에 펼쳐져 있는 절경을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제천 10경과 단양 8경 중 하나인 옥수봉은 충주호에서 볼 수 있는 절경 중 하나다.
봄내음 가득한 완도=최근 ‘해신’이라는 드라마(KBS2TV 수·목요일 방영)가 신라 시대 청해진을 중심으로 우리 바다를 주름잡았던 ‘해상왕’ 장보고(790∼846)의 일생을 다루면서, 덩달아 완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분주해졌다. 완도에 마련된 드라마 세트장이 여행객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세트장이 있는 곳은 내륙의 불목리(군외면)와 바닷가인 소쇄포(완도읍 대신리)이다.
3만평 부지에 신라방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완도읍 군외면 불목리 세트장에는 설평과 이도형 상단이 머물던 집과 상가, 정화여각 등 40여 동의 기와집이 수로를 중심으로 양편에 늘어섰고 수로에는 배도 떠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다도해의 수평선이 펼쳐진 시원한 소쇄포에는 저잣거리, 군영막사, 망루 등의 청해진 본영과 신라왕궁을 재현해 놓았다. 국내 최초 도지정 문화재가 됐을 정도로 사실적인 두 곳의 세트장에서는 현재 월·화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장좌리 마을 앞바다에 있는 ‘장도’라는 섬은 장보고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인 섬이다. 이곳은 1991년부터 총 11년간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우물과 토성, 목책 등이 신라시대의 것으로 판명된 후 청해진의 본거지로 추정, 보호됐다. 이제는 유적복원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 답사도 가능하다. 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해안가 마을 장좌리에서 썰물 때 모래톱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이은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