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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탐사’가 주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만큼이나 설레임과 중압감이 동시에 교차하는 야릇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어느 깊이만큼 들어가야 독자의 관심과 호응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 의사나 약사 또는 한의사도 아닌 평범한 불자님이실 독자 분들을 지루하거나 식상하지 않게 얼만큼 의약학 전문어를 절제하고 또 풀어써야 할 것인지? 의학과 불교이야기의 안배에 어느 정도의 비중이 적정할 것인가? 항상 마음을 열어두고 독자님들의 애정 어린 고언과 조언 깊이 새겨 반영할 각오이다.
티베트의학의 이론은 세 기본에너지로부터 출발한다. 그 세 에너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곧 건강이고 치료이다. <사부의전>(규지rGyud-bzhi)의 비유에 의하면 세 에너지는 세 형제와 같아 한 형제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다른 형제들도 편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심신이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 에너지가 평형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제부터 뤼(rLung) 때빠(mKhris-pa) 및 왜껜(Bad-Kan) 세 에너지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뤼는 티베트에서 운동성(mobility)을 뜻한다. 이 미세한 에너지는 우리 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며 혈액과 영양분을 나른다. 체내에서 영양분과 노폐물을 분리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뤼의 주요 기능은 마음 말 그리고 신체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것이다. 팔다리를 뻗고 걷기도 하고 그런 운동과 활동들이 모두 이 에너지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다. 육안이나 무슨 현미경 같은 정교한 장비로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디 바람이나 공기를 우리들이 볼 수 있는가!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피부를 스치는 바람의 감촉으로 가녀린 이파리의 가느다란 떨림으로 그리고 산들바람에 헤적이는 나뭇가지의 흔들림으로 그 존재를 실감하고 또 믿는 것이다. 뤼는 그러한 공기나 바람 요소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고 실제 기(氣·air), 풍(風·wind) 등으로 의역된다.
우리 몸에 뤼가 과도하거나 부족할 때 그리고 그 흐름이 막혔을 때 생길 수 있는 증상이나 질병으로는 불안증 심계항진 불면증 피부건조증 결장부조 그리고 뼈의 동통과 통증 등이다. 뤼는 심장 폐장 대장 혈관 및 신경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특히 불면증 심장병 그리고 중추신경계관련 질환자들에서 뤼의 흐름에 불균형이 쉽게 감지된다. 서구 사회에서 가장 흔한 질병은 거의 뤼 관련 질환들이다. 산업화와 서구화로 정신없이 치달아 온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세이다. 혈압장애 다발성경화증 또는 파킨슨씨병 같은 현대병들은 모두 뤼의 불균형에서 발단한 것이다. 따라서 서양의 대증요법만으로는 완치가 어렵다. 여기에 티베트의학의 가치와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티베트의학은 서양의학의 한계를 보완하여 현대병의 치료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사부의전>에는 뤼 관련 질환들이 5가지 유형으로 총 63가지나 기술되어 있다. 여기서는 다섯 가지 주요 유형들만 살펴보겠다.
첫째, 생명유지뤼(維命氣)이다. 이 뤼는 뇌에 자리를 잡고 인두에서 식도를 따라 밑쪽으로 운행한다. 음식을 삼키고 침을 뱉고 재채기하고 트림하고 흡입하는 운동과 마음의 중심을 잡는 기능을 돕는다. 수행과 관련하여 특별히 유념할 점은 경험자나 전문가의 지도 없이 너무 지나치게 정신을 집중시킨다거나 화두에 몰입할 때 이 생명유지뤼에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정신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티베트에서는 수행자가 생명유지뤼로 고생하면 잘못된 수행습관 탓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