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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스님과 성철 스님의 사상을 비교분석함으로써 한국불교 근대화의 단면을 모색한 김종인 고려대 연구교수의 논문 ‘한국불교 근대화의 두 얼굴, 만해와 성철’이 불교평론 22호에 실려 흥미를 끈다.
논문은 “현대에 활동한 성철이 근대의 만해보다 더 전근대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이고, 또 사회로부터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김 교수는 먼저 두 인물의 사상의 차이를 비교한다. 그에 따르면 만해 스님은 당시 유행하던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불교에 절대적 진리성을 부여하기보다는 변화·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불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진화과정으로서의 ‘유신’과 ‘파괴’가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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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지점이 대처제다. 인간의 육체적 욕망을 긍정하는 서양 근대 문화에 익숙해있던 만해 스님이 대처제를 옹호한 반면 성철 스님은 지계(持戒)를 불교의 생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 같은 성철 스님의 불교관이 더 큰 호응을 얻었다고 김 교수는 평가한다.
이처럼 전근대적인 요소가 근대적 요소로 대체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상반된 현상이 불교계에 나타난 데 대해 김 교수는 “불교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인간의 욕망에 대한 태도’나 ‘진리의 궁극성에 대한 입장’ 등에 있어서 근대적인 가치와 상충하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불교의 정체성은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면서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