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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도 티백 대신 '잎차' 드세요"
티백 대부분 중국산 찻잎 사용


아제여행사 구광국 대표가 방문객들과 차를 마시며 상담하고 있다.


대출상담을 위해 은행에 들른 A씨. “차 한 잔 하시겠어요?”라는 은행직원의 질문에 “녹차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잠시 후 A씨의 손에 들려진 것은 티백 녹차가 담긴 종이컵. 뜨거운 종이컵을 손에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상담이 끝나 버렸다. 아직 반도 채 마시지 못한 녹차. 남기자니 미안하고 다 마시자니 티백 녹차 특유의 떨떠름함이 입에 남아 멈칫거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번거롭다’ ‘어렵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잎차 대신 티백 녹차나 커피믹스를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판되고 있는 티백 녹차는 유통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중국산 찻잎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맛이나 효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커피의 경우 대화가 길어질 경우 한 잔 더 청해 마시기도 애매해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녹차 열풍을 타고 사무실에서도 간단한 다구를 준비해 차를 우려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방이동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현(37)씨는 석 달 전 3인용 다구 한 세트를 샀다. 직업상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차’를 애용하게 됐고, 그 중 몸에 좋은 녹차를 마셔보자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 인사동의 한 전문점에서 다구와 차를 샀고, 간단한 사용법도 배웠다. 다구 사용법도 처음엔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몇 번 차를 우리다 보니 자신에게 맞는 간소한 다법을 체득할 수 있었다. 차 담는 통은 따로 준비하지 않고 차 봉지를 잘 밀봉해 두고, 다건(다기의 물기를 닦는 천) 대신 테이블 냅킨을, 찻숟가락 대신 티스푼을 사용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처음엔 서툴고 실수도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며 “업무뿐 아니라 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몇 번씩 차를 우려마시다보면 자연히 대화 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한다.

차인이 많기로 유명한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구은행은 회사 차원에서 차 마시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2003년 전국 300여 개 지점에 8인용 다구세트를 일괄 지급한 것이다. 고객에게 차를 직접 우려 대접함으로써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 은행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회사 연수기간에는 전문 강사를 초청해 차에 대한 강의를 열기도 했다. 대구은행 태전동지점 손계환 지점장은 이때의 인연으로 직접 녹차를 우려 손님들에게 건네고 있다. 손 지점장은 “차를 즐겨 마시고부터 졸음도 줄어들고 몸도 한층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차를 우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지고 세상사는 이야기나 속 깊은 이야기도 오가게 돼 상담자들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진 것도 사무실에서 차를 마신 후의 변화다.

그렇다면 사무실에 작은 다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하우가 필요할까?

녹차를 마시기 위해 다구를 마련한 사람들 중에는 몇 번 사용하곤 ‘번거롭다’며 방치해두는 예가 많다. 사무실의 공간 활용이나 사용 빈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구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사무실에 응접 테이블이 있는지, 하루에 손님은 몇 명이나 오는지를 따져본다. 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면 5인용 다구를, 그렇지 않다면 3인용 다구나 찻잔이 있는 1인용 다구를 사용한다. 거름망이 있는 1인용 다구도 많이 사용하지만 여러 개를 둘 경우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설거지하기에도 번거로운 단점이 있다. 다구를 둘 장소가 넓지 않으면 3인용 다구나 찻잔이 있는 1인용 다구에 찻잔 2~3개를 추가하는 것도 좋다.

차를 마시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은 냉온 정수기(혹은 커피포트)와 다관, 숙우, 찻잔 이다. 숙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식힌 후 찻잎이 든 다관에 따라 우리고, 우려진 찻물은 숙우에 따라 찻잔에 나누면 된다. 다호(차를 담아두는 그릇)나 찻잔받침, 찻숟가락, 퇴수기 등은 필요에 따라 구입한다. 이 밖에 찻상이나 다반이 있으면 다구를 보관하거나 옮기기에 편하다. 손님을 위한 차 테이블이 따로 있다면 다포를 깔아 찻잔을 내려놓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다.

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이라면 우전(곡우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이나 세작 같은 비싼 차 보다는 중작 정도가 적합하다. 하동이나 보성 등 국내 농가에서 만든 중작은 보통 100g에 2~3만원선이다. 잎차를 구입하는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차 우리기가 번거롭다면 국산 찻잎으로 만든 티백 녹차를 사용한다. 티백 녹차를 숙우나 다관에서 우린 후 티백을 빼내고 찻잔과 함께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4-01 오후 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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