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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현대음악의 역사를 새로이 쓸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마디로 서양의 악기로 내밀(內密)한 동양적 정서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그 같은 작업을 이어온 주형기씨 등 불자 음악가들, 불교계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강형진)와 조계종 봉축위원회는 4월 26일 저녁 8시 호암아트홀에서 봉축기념 ‘창작명상음악회’를 연다. 피아니스트 주형기, 지휘자 안드레이 안드리에프, 작곡가 김대성ㆍ이진구 등 ‘불교’와 ‘서양음악’의 접점을 모색하는 국내외 음악가들이 한데 모여 정중동(情中動)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무대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세계적인 불자 피아니스트 주형기씨의 협연 무대. 주씨는 16살 때 스트라빈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천재성을 인정받은 클래식 연주가로, 빌리조엘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한 음반 ‘환상과 망각’이 18주 동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야심경을 외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독실한 불자인 그는 “불법을 닮아 곧고 거침없는 선율이 돋보이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곡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주씨가 국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무대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교를 소재로 삼아 한국 클래식 명상음악을 시도한 불자작곡가들의 창작명상곡도 공개된다. ‘한국음악을 이끄는 10인’에 선정된 바 있는 작곡가 김대성씨는 <님맞이>를 통해 한국적인 클래식을 선보인다. 이는 박경훈 스님의 선시 <아시게나 우리가 선 이땅이 낙원이라네>의 세계를 음표로 구현한 곡으로, 불립문자 선(禪)의 사상을 ‘규격을 갖춘 서양의 기법’을 빌어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작곡가 이진구씨는 대금(유기준)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통해 국악과 서양 클래식의 접목을 이끈 ‘광명진언’을 무대에 올린다. 대금의 밝은 음색으로 같은 리듬을 반복하는 가운데 진언의 느낌을 살린 곡이다. 그러나 진언의 무게를 오케스트라의 조화로운 선율에 녹이는 등 새로운 형태의 불교명상음악을 시도함으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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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지난해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창작오페라 ‘동승(작곡 이건용)’의 출연자들이 그대로 출연, 당시 연주를 맡았던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한편, 이번 음악회의 지휘를 맡게 된 안드레이 안드리에프는 동양음악과 불교에 정통한 불가리아 출신의 지휘자로,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두 차례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강형진 단장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협연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현대 불교음악을 선보이게 돼서 기쁘다”며 “양질의 음악회를 통해 불자음악가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한국불교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음악회는 조계종의 ‘봉축 자비나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다. 니르바나 측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자비나눔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9월), 지방순회 키즈음악회 등으로 음악을 통한 나눔의 정신을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02)415-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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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협연하는 주형기는 누구?
73년 영국에서 출생한 주형기는 바이올린의 거장 예후디 메뉴힌에게 발탁돼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받았다. 뉴욕 맨하탄 음악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16살 때 스트라빈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천재 피아니스트로 극찬 받았다. 백악관 초청 공연, 카네기 홀 단독 피아노 리사이틀 등 수많은 초청공연을 벌여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빌리 조엘과 공동 작업한 음반이 장기간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기독교인의 장학금 지원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늘 머리맡에 경전을 두는 ‘불자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영국 연화사 신도회장인 아버지의 권유로 불교와 가까워졌지만, 후원을 맡은 진명스님 등 한국불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불교서적을 탐독할 정도가 됐다.
현재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양식을 모색하는 중이다. 희극과 음악을 통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