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용 건국대 교수. 현대불교자료사진.

조계종이 재정자립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나온 <조계종 재정확대 방안 연구 보고서>는 점차 증대하는 종단의 역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조계종 중앙 종단의 예산 규모가 모 교회 예산 수준의 5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하는 것은 조계종 재정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이의 해결 없이는 여러 종교와 종단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건강한 종단으로 설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최대 종교의 거대 종단으로서, 또 무소유를 종지로 삼는 불교의 종단으로서 무조건 세입의 증대만을 꾀하는 방안을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타 종교나 타 종단의 여러 예들을 참고하되 불교 청정 종단의 위상을 해치지 않는 건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신도들에게 주는 만큼 되돌아온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재정확충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이겠다.

우선 신도들의 긍지를 높여주고, 신도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불교를 믿음으로써 괴로움을 벗어나는, 믿음에 따르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종단이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또 스님들의 청정한 수행상이 선양됨으로써 높아진 신도의 긍지가 종단재정의 바탕이다. 투명한 재정운영에 대한 신도들의 믿음이 안정적인 재정확보의 뿌리이다. 근본적으로는 기복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행태를 벗어나 현실의 괴로움을 극복하는 참신하고도 효과적인 방편들을 제시함으로써 조계종의 우월성을 드러낼 때 재정도 확보된다. 구체적인 사업을 통한 수익을 꾀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측면을 우선해야 한다. 공익성을 띤 분야에 불교적 이념과 방법을 적용한 독창성을 띤 사업모델을 개발하여 사회적 평가와 세입의 확대를 동시에 꾀하는 한편, 신도들의 종교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사업성을 띨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공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기본에 충실할 때 종단의 위상을 높이면서도 재정확충을 꾀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리리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시대적이고 구태의연하게 신도들의 보시에만 의존하는 틀을 벗어야 한다는 것도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재정 자립의 틀을 모색하는 조계종의 결단에 지지를 보내며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