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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백련자비원.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30평 규모의 식당에 꽉 들어찼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이 시간이면 백련사 주지 스님과 신도들은 어르신들에게 밥과 국을 가득 담은 식판을 직접 테이블에 가져다준다. 식당 한 쪽에는 경전이 가지런히 정리된 책꽂이가 눈에 띈다. 식사를 마치고 난 어르신들은 스님에게 합장인사를 하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백련사가 이렇게 지역의 독거 어르신과 65세 이상 된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한 지 꼭 1년 째. ‘사단법인 21세기 한국사회봉사회 백련자비원’을 발족한 뒤 본격적인 사회봉사활동에 뛰어든 백련사 주지이자 백련자비원장인 설산 스님은 자원봉사자 150여명과 함께 백련사를 ‘봉사하는 사찰’로 자리매김 시켰다.
‘봉사하는 사찰’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무료급식 때문만은 아니다. 무료합동결혼식, 장학회 운영, 불우이웃돕기, 재난구호 등 백련사의 봉사활동은 다양하다. 무료합동결혼식은 1년에 3~4차례 정도 열리는데, 이들에게는 드레스, 신부화장, 사진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28년째 운영되고 있는 천불장학회는 지역에서 추천한 학생들에게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지급한다.
삼풍백화점 참사와 경기도 연천ㆍ파주 수해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백련사 자원봉사자들이 달려가 구호작업을 벌였고, 백련사 회주 운경 스님은 매달 양로원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의 후원을 해오고 있다.
백련사는 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가 세운 1300년 된 고찰로, 기도도량으로서의 위상을 면면히 이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기도도량으로서 뿐만 아니라 봉사도량으로서의 새로운 이미지를 정착시켰다. 그리고 이제는 ‘쉼터 같은 사찰’로 가꾸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백련사는 조만간 사찰을 24시간 개방하게 방침이다. 누구나 와서 편안히 기도하고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당 외에 별도의 휴식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휴식처 같은 사찰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를 물었다. 설산 스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배려한다면 스스로가 존경받게 되고 이것이 아름다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백련사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www.paengryontemple.or.kr, (02)303-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