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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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차'로 읽을까, '다'로 읽을까?"


‘茶禮’는 차례로 읽어야 할까, 다례로 읽어야 할까? 현재 다도 다식 다도구, 차인 찻잔 차나무 등 ‘茶’를 ‘다’와 ‘차’로 혼용해 읽고 있다. 같은 한자에서 나는 두 음가(音價)임에도 흔히 ‘다’라고 하면 수준이 높고 ‘차’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다’는 한자고 ‘차’는 우리말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음이 나뉘어져서 쓰이게 됐고, 어떻게 읽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차와 다의 어원

‘茶’의 어원을 살피려 하면 차의 원산지인 중국의 예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차 주요 생산지인 푸젠(福建)성에서는 ‘茶’를 데(te)로, 광둥(廣東)성에서는 차(cha)로 각각 발음한 것이 오늘날 표준어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중국에서 생산된 차가 푸젠성과 광둥성의 항구를 통해 세계 각국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차 발음 또한 데(te)와 차(cha)로 나뉘어져 쓰이게 됐다. 주로 해로를 통해 차가 전파된 영국(티, tea)이나 독일(티, tee) 말레이시아(데, the) 네덜란드(데, thee) 핀란드(데, tee) 등은 데(te)에서 파생된 음가를, 육로를 통해 전파된 러시아어(차이, chai) 몽골(차이, chai) 일본(자, jya) 이란(차, chai) 터키(차이, chay) 등은 차(cha)의 음가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자음인 다와 관용음인 차를 함께 사용하는 거의 유일한 예다.



문헌을 통한 음가비교

옛 문헌에서도 차와 다는 혼용되어 쓰였다. 고려시대 손목이 편찬한 <계림유사>에서는 고려어를 중국 자음(字音)으로 기록한 가운데 ‘茶戌’이라고 해 ‘차술’로 읽을 기록이 있으며, <월인천강지곡>(1447년)에는 ‘가루다(迦嘍茶) 가룹따’라고 썼고 <월인석보>(1458년)에서는 ‘가차(伽茶) 가짜’라 하여 차와 다가 같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6세기 편찬된 <훈몽자회>에서는 ‘茶, 차다’라 하여 ‘茶’의 훈은 ‘차’이고 음은 ‘다’임을 알 수 있다. 故 천병식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표의문자(表意文字)인 중국어를 우리말의 표음문자(表音文字)로 읽을 때 오는 혼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영선 교수는 <한국다문화>에서 “차와 다가 혼용되어 쓰이는 중에도 대체적인 질서가 있었는데, 왕실과 불가, 사대부에서는 주로 ‘다’라 했고 서민들은 대체로 ‘차’라 발음했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다방(茶房)’ ‘다비(茶毘)’ ‘다각(茶角)’ 등 궁중이나 사찰에서 쓰였던 ‘茶’는 거의 ‘다’로 발음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쓰이는 용례에 따라 나눠야

최근 차계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茶’를 용례에 따라 구분해 쓰는 추세다. ‘차’로 쓰이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찻그릇 찻자리 찻가루 찻사발 등 토속말 혹은 유사 토속말과의 복합어를 이룰 때다. 또한 녹차 햇차 보이차 용정차 등 ‘차’가 실제 찻잎 자체를 가리킬 때도 차로 읽는다. 그러나 고어(古語)일 경우는 칠완다(七梡茶) 감로다(甘露茶) 동다(東茶) 유다(儒茶) 등에서 보듯 ‘다’로 읽힌다.

반면 궁중이나 사찰, 사대부 등에서 ‘다’로 쓰였던 단어들이나 한자와 어울려 단어를 이룰 때는 대부분 ‘다’로 읽는다. 다과 다도 다우 다기 다정 끽다 음다 등이 그 예다. 지명의 경우도 부산 다도(茶島) 장수 다곡리(茶谷里) 남해 다정리(茶停里) 예에서 보듯 다로 읽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차로 읽느냐 다로 읽느냐에 따라 그 뜻이나 격이 달라지는 경우는 구별해서 쓴다. ‘茶禮’는 신과 사람에게 차를 끓여 내는 행위는 다례로,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일컬을 때는 차례로 흔히 쓰이고 있다. 또 ‘茶甁’는 우린 차를 담는 주전자를 일컬을 때는 다병(茶甁)으로, 마른 차를 넣어두는 병을 가리킬 때는 차병으로 발음하는 예가 많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3-28 오후 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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