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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으로 '교육' 지키기


서울 은석초등학교 김한기 교감.
기러기 아빠, 일진회와 학교 폭력, 입시 전쟁, 교육비 비중 세계 1위 등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해가 갈수록 국민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현실이다. 필자가 30여년간 교육의 현장에서 접했던 사례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그 원인과 해결점을 같이 생각해 보고 싶다.

몇 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시절, 시험을 보는 중에 한 아이가 자료물을 꺼내어 적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른 아이들이 알지 못하도록 지적은 않고, 그 아이의 주변만 왔다 갔다 하며 시험을 마쳤다. 아이들을 놀이터에 내 보낸 뒤 가방을 열어보니 어른 글씨로 요점 정리와 예상 문제가 빼곡히 적혀있는 자료가 들어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다른 아이 엄마들이 만점과 1등을 자랑하고 다녀서 부럽고 초조한 마음에 친한 엄마 셋과 함께 과목별로 학습 자료를 만들어 나눠 갖고 외우기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아마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또 세 명의 아동끼리 비교도 하고, 틀린 문제가 있으면 요점 정리에 다 있는데 틀렸다고 혼을 냈을 것이 눈에 선했다. 아이들은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커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들은 시어머니가 다른 며느리와 비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면서 내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와 우열을 비교하며 심한 언어폭력도 예사로 여긴다.

부처님께서 가장 싫어했던 것이 어리석음이었다고 한다. 어리석음이란 바로 연기에 대한 어리석음이다. 연기법을 쉽게 해석하면 원인과 결과에 대한 바르게 아는 것으로 그 아이가 행한 커닝은 부모의 심리적 압박이 원인이 된 것이다.

자녀 교육은 서두르면 실패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여 년 전 중학교 교사 시절 때인데 그 해에 가출이 많아 학교 방침으로 가출을 하면 퇴학시킨다고 발표했던 적이 있다. 우리 반 아이가 가출을 하여 삼일 만에 돌아왔다. 가출이유를 물었다. 새끼 새를 키우던 아이는 새벽부터 농사일을 해야 하는 부모가 계속 울어대는 새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화를 내며 갖다버리라 하자 가출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새가 불쌍하고 키우고 싶어 농협창고 속에 들어가 삼일 동안 새와 같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엄격함이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포근함이 있어야 한다. 부모 둘 중 한 분만이라도 아이와 통하면 아이는 갈 곳이 있는 것이다. 학교 규칙도 만능은 아니다. 가슴을 열어 놓고 대화가 있어야 한다. 문제 학생의 출발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부터 시작이 된다는 것을 우리 부모는 알아야 한다.

남의 아이만 지도하며 내 아이에겐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중 3인 외동딸이 돈을 일찍 벌어 가정에 보탬을 준다며 실업계고등학교 진학을 하겠다고 했다. 비평준화 지역인 분당에서 일류 고등학교로 진학할 실력은 못되고 부모 기대에 맞추지 못할 듯하자 고민 끝에 탈출구로 실업계 고등학교를 택한 것 같았다. 그때 네 실력에 맞는 고등학교를 택하고 원하는 것을 전공하라고 권했다. 같은 학력 수준의 급우끼리 공부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생각하니 부모의 마음도 가벼웠다. 딸에게 좋아하던 미술을 하게하니 공부도 같이 열심히 했다. 그 후 무난히 미술대학에 진학한 딸이 벌써 3학년이다. 아이의 소질에 맞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한데도, 우리 부부가 그것을 결정할 때까지 그리 쉽지는 않았다.

12연기 중 애(愛)부터 고통이 생긴다고 한다. 사랑하는 것을 가질려(有)하니 쉽게 갖기 어렵기 때문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녀만큼 큰 사랑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기대가 더 커지는 것이다. 부모의 체면과 아이에 대한 기대에 무리한 요구가 커질수록 자녀는 부모와 친구, 선생님과 멀어져 문제아들끼리 모이게 되며 집단 폭력 조직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캐나다 법정에 선 기러기 아빠의 사건도 가정의 소중함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 이산가족을 만들었고, 아이들의 인격을 인격체로 존중해 주지 않은 결과물이다. 어쩌면 올바른 자녀교육은 연기법을 잘 알고 행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아가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진리의 등불로 삼고 생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요일에는 가족 모두가 초발심의 자세로 돌아가 사찰을 찾아 부처님께 의지해 연기에 대한 어리석음을 물리칠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법회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해 본다.
김한기(서울 은석초등학교 교감) |
2005-03-21 오전 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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