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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수는 해인사가 의욕적으로 준비 중인 비구니 외국어학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년 동안의 생활과 학습이 영어로만 진행되죠. 여기에서 외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한 스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국불교의 판도가 많이 달라질 거예요.”
그러나 이 교수는 모든 스님들이 외국어공부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젊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승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세계 어느 곳에도 한국의 승가와 같은 조직은 없거든요. 스님들은 불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승가를 제대로 운영해, 외국인들이 배울 있도록 하고 외국 상황에 익숙한 재가자를 통한 ‘이원적인 포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여기에 한국비구니들의 역할이 크죠.”
이 교수가 이렇게 한국 비구니에 기대감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혹심한 탄압 속에서 한국불교가 명맥을 이어간 것은 이름 모를 비구니들의 눈물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이 불교의 전부라고 믿는 일본불교의 출발이 백제 비구니의 노력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 큰 기쁨을 느꼈어요. 한국 비구니 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죠.”
그때부터 이 교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한국의 비구니’를 복원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어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상(相)을 내세우지 않은 게 한국의 비구니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을 다시 밝은 빛 앞에 세우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교수는 조선시대 비구니 등의 역할 등에 주목한 다수의 논문들을 내고 있다. 또 이 교수는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불교대회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특히 한번 정설이 되면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두 세배의 노력이 든다는 학계의 속성상 오류가 나기 전에 제대로 한국 비구니들을 연구할 자료를 확보하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은 불교학 자체의 확장은 대세가 아니기 때문에 <선가귀감>처럼 한국불교전통을 제대로 보여줄 책들을 번역해내는 일도 누군가는 해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제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에는 모든 인종이 만나 불교의 진리를 논하는 ‘대마당’이 열릴 거예요. 한국불교의 세계화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해요. 소승 대승불교, 남방 북방불교, 국가 구분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불교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하나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불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승가가 구성되기 어려운 미국불교의 형성에 기여해야 한국불교의 활로도 열릴 것이다. 이 교수는 비구니 스님 연구나 예술 문화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불교연구, 학제간 연구를 통해 불교적 가치를 세계인들과 공유할 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