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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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꽃은 성불의 기쁨"
불교 꽃꽂이란 무엇인가



육법공양의 하나인 꽃공양을 올리는 스님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시던 그날, 룸비니동산에는 꽃비가 내렸다. 아기 싯달타가 처음으로 내딛은 일곱 걸음마다 피어오른 것도 연꽃이었고, 깨달음 이후 영산회상에서 설법할 당시 가섭 존자에게 말없이 들어 보인 것도 한 송이 꽃이었다. 그 뿐이랴. 불보살이 앉은 자리는 언제나 연꽃으로 장엄돼 있고, 탱화 속 보살 역시 찬탄 공양할 꽃을 늘상 몸에 지니고 있다.

누군가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로 권세나 명예 따위의 무상함에 꽃을 비유했다지만, 불교에서는 꽃이 진리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육법공양의 하나이자 진리를 담은 예술, 불교 꽃꽂이의 의미와 특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꽃공양은 수행의 결실을 맺는 과정

꽃공양의 역사는 곧 꽃꽂이의 역사다. 꽃꽂이 전문가들은 “꽃 공양을 위한 꽃꽂이가 불교의 전래와 함께 이 땅에 뿌리내려 불교 역사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삼국시대에 조성된 쌍영총 벽화 등을 비롯해 신흥사 대웅전 기단 돌조각의 공화(供花ㆍ통일신라), 해인사 대적광전의 꽃바구니 별화(고려시대), 흥국사 감로탱에 나타난 꽃꽂이(조선시대) 등이 그것을 입증해 준다.
그렇다면 꽃공양과 불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꽃은 만덕을 갖춘 진리에 비유된다. 법구경에는 “연꽃은 바로 비로자나불이시므로 그 불신은 온 세계에 충만하신다”고 나타나 있다. 그래서 꽃 공양을 다른 말로 ‘만행화’라 표현한다. 만 가지 행을 몸소 실천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꽃을 올리기 때문이다.

꽃공양의 과정이 수행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연 스님(한국꽃꽂이협회 보림꽃예술중앙회 회장)은 “<관불삼매해경> 십념시방불품에 ‘향화를 봉헌할 때에 원문(願文)을 발(發)하여 짓거나 법회 때에 공양문을 지어 풍영(諷詠)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꽃공양은 불자들 수행 정진의 결실을 맺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수행을 거쳐 성취한 깨달음이 곧 꽃으로 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초파일 관불 꽃꽂이


삼존 구도는 불법승과 윤회사상 함축한 것

서양식 꽃꽂이는 일정한 골격 없이 몇 가지 형태에 따라 꽃을 모아 꽂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장식을 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동양식 꽃꽂이는 여백과 선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 불교꽃꽂이는 동양식 꽃꽂이의 묘를 살리는 경우가 많다.

불교꽃꽂이는 구도나 재료 면에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불단을 장엄하는 불전공화의 경우 보통 중심의 부처님, 그리고 좌우의 협시보살로 이어지는 삼존양식 구도를 사용한다. 활짝 핀 꽃을 중심에 놓고 양쪽에 봉오리 꽃을 세운다.

보명 스님(한국불교연화회 회장)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만개한 중심 꽃은 법열의 기쁨과 성불을 나타내고, 좌우 협시보살로 대표되는 양쪽 꽃봉오리는 청정과 지혜를 뜻한다”며 “사상적으로도 삼보(불ㆍ법ㆍ승)에 귀의하는 뜻과 윤회사상(과거ㆍ현재ㆍ미래)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간에 꽃을 꽂을 때에도 이와 같은 3골격을 주지(主枝)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삼존불 구도는 이후 가장 기본적이고 완벽한 꽃꽂이 양식의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극락조, 연꽃, 목련, 작약 등의 꽃을 주로 사용하고 다섯 가지 이상의 색상을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개별 활동으로 불교꽃꽂이 맥 이어

불교꽃꽂이가 일반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국꽃꽂이협회와 한국꽃예술작가협회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지연ㆍ동희ㆍ인태ㆍ명주 스님 등은 1988년 한국불교비구니꽃꽂이회를 결성해 불교꽃꽂이 강좌와 전시회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꽃꽂이 전시에 재가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서 ‘한국불교꽃예술회’로 개칭, 년간 1회씩 전시회를 열어왔으나 현재 단체활동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꽃꽂이 회원이 늘고 또한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스님들의 개별 강좌가 마련되면서, 최근에는 독자적인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불교꽃꽂이 1세대 스님들인 지연(보림꽃예술중앙회 회장)ㆍ보명(한국불교연화회 회장)ㆍ정명(연화플라워회 회장) 스님 등이 개별 단체를 구성, 수원 봉녕사 강원(지연), 삼선강원(보명), 전국비구니회관(정명)을 비롯해 불교방송 문화센터(보명) 등지에서 불교꽃꽂이 강좌와 지도자 양성에 힘을 쏟는 중이다.

또한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불교전통꽃꽂이 강좌를 진행 중인 정진희(정진희중앙꽃꽂이회)씨 등 재가불자들이 지역의 문화센터에서 불교꽃꽂이 강좌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이 시대 불교꽃꽂이 과제


지연 스님
“꽃꽂이 작가의 역량에만 의존해서는 주먹구구식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불교꽃꽂이 연구와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34년간 꽃꽂이 길을 걸어온 지연 스님은 다도 등과 함께 불교문화의 하나로 계승된 불교꽃꽂이가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유럽 등지에서는 선의 예술을 구현한 불교꽃꽂이 연구를 주목하기 시작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스님들의 원력에 의지한 불단장엄용 꽃꽂이에만 갇혀있다는 판단에서다.

“불단을 장엄하는 꽃꽂이 역시 구태에 젖어있습니다. 단청이 화려한 목조건물 법당, 시멘트로 지은 현대식 사찰법당의 꽃꽂이가 일색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정된 스타일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황과 성격에 맞는 꽃의 양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를 통해 꽃과 수행이 둘이 아닌 경지를 체득하는 동시에 꽃을 통한 포교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스님은 ‘꽃’이 살아나는 환경이 아닌, ‘환경’이 살아나는 꽃을 위한 꽃꽂이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주위를 빛내는 미덕과 상생의 가르침도 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를 위해 4월부터 불교꽃꽂이 연구모임을 꾸리는 한편, 30여 년 간 이어온 꽃꽂이 무료강좌(4월 7일 개강, 기원사) 역시 한층 강화해 이어갈 예정이다. (02)918-0034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5-03-24 오후 1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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