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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삼겹살데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빼놓을 수 없는 유행 아이템이 바로 갖가지 날들을 기념하는 ‘○○데이(day)’들이다. 이러한 신종 기념일들은 가까운 사람들 간의 정을 확인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상술에 물든 ‘마케팅용 기념일’이 되어 버렸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렇다면 차 수확을 시작하는 곡우를 기념하는 ‘곡우데이(穀雨 Day)’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인터넷 차 동호회인 옛선인전통차회(회장 강우석)는 올해부터 곡우인 4월 20일을 차인들 간에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곡우데이’로 정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는 보통 양력 4월 20일 경으로, 이날을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는 분기점으로 삼고 있다. 또한 곡우 때는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 하여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속담이 전할 정도다. 특히 어린 차순을 따기 시작하는 곡우는 차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절기다.
옛선인전통차회 회원들은 4월 16~30일을 ‘다우절(茶友節)’로, 곡우인 4월 20일을 ‘곡우데이’로 정하고, 차를 즐기는 사람들끼리 차나 다도구 등의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차 수확이 시작되는 곡우에 차의 미덕과 차 정신을 되새겨 보자는 뜻에서 곡우데이를 지정, 관련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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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차의 날’인 5월 25일에 차 관련 단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행사를 펼쳐 왔지만, 일반인들이 각 행사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우절과 곡우데이는 꼭 행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차와 관련한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각 차회들은 그동안 곡우를 맞아 ‘곡우다회’ 같은 차 모임을 열어 오고 있었고, 차를 매개로 한 기념일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차인들이 많아 쉽게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강 회장의 설명이다.
옛선인전통차회는 4월 2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인사동과 대구 하동 지역 등에서 길거리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행인들을 대상으로 차 시음회를 열어 올해 수확한 첫 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곡우의 의미와 차 생활의 도움말을 담은 팸플릿과 소량 포장한 차와 차 수저 등도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회원들에 한해서는 선물용으로 쓸 수 있는 10g씩 포장된 곡우차도 주문을 받아 제공한다.
“다우절, 곡우데이 행사가 일반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는 강 회장은 “차는 비싸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는 ‘옛선인전통차(cafe.daum.net/teakorea)’는 인터넷을 통해 차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곳으로, 현재 35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