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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은 3월 9일 열린 교육원장 청화 스님과 향적(교육위), 무관(교재편찬위), 지안(역경위)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원회의를 열고 출가연령제한 제도의 폐지를 결정했다. 조계종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지난 2003년 9월 중앙종회에서 법안이 통과된지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개정된 교육법은 제55조 1항의 행자교육원 수학자격이 연령 15세 이상 ‘50세 이하’이던 것을 ‘40세 이하’로 강화 한 것으로 종단내 율원ㆍ선원을 비롯해 재가자와 일반사회의 반대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당장 출가연령제한 제도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르면 21일 열리는 임시 중앙종회에서 출가연령제한 폐지 안건을 상정 처리 할 수 있지만, 이에 앞서 계단위원회를 비롯해 관련 기구들의 심의를 거쳐야하는 등 상당한 행정적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이와 관련, 청화 스님은 “이미 중앙종회 의원 가운데 의원발의로 이 문제를 공론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고 “제도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종단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원만히 처리 될 것”이라고 밝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임시종회에서 처리될 것임을 밝혔다.
교육원은 현행 승가교육체계와 법계제도가 이미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어, 출가연령제한을 폐지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폐지 추진 배경
2003년 9월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입법화된 40세 출가연령제한의 가장 큰 목적은 출가자원의 자질향상이었다. 당시 연령제한 도입을 주장한 이들은 “일부 고령 출가자들이 수행풍토를 어지럽히는 등 대중생활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종법 개정을 통해 고령 출가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원 실무자들과 기초ㆍ기본교육 관계자들의 의견도 대부분 출가연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아졌었다.
그러나 시행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돌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가자 연령 제한으로 인한 가장 큰 영향은 역시 출가 자원의 감소였다. 대신 같은 시기 타종단의 출가자는 상대적으로 증가 했다. 특히 사회 유력인사나 전문직 고급 자원들은 조계종으로 출가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또 부처님의 출가정신을 훼손하면서까지 진발심자의 출가를 제한 한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3월 9일 열린 교육원회의는 법개정과 관련해 △40세 연령제한 고수, 연령 초과자는 심사 후 선별 출가허용 △50세 연령제한 환원, 연령 초과자는 심사후 선별 출가 허용 △연령제한 완전 폐지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회의에 참석한 총무원 관계자는 세 번째 완전폐지를 주장한데 반해, 일부 스님은 현행 40세 제한을 그대로 고수를 주장하는 등 이날 회의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결국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인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40세 이후 출가자들을 받아들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종단의 자신감도 한몫했다. 교육원도 종단의 법계ㆍ승가교육체계가 완벽하게 정착된 만큼 제도 폐지로 인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원장 관계자는“교육이수가 불가능한 정도의 고령행자는 사실상 행자교육원에서 다 걸러지고 있고, 기초, 기본, 전문교육과정 이수 후, 5ㆍ4ㆍ3급 승가고시를 통해 승가의 위계를 엄격하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고령출가자들이 이전처럼 승가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 폐지 반대를 주장을 쪽도 시행 18개월 밖에 안 된 법을 다시 손댄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제도 폐지 쪽으로 기운 종단 안팎의 여론을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결정이 출가연령 제한의 폐지를 바라는 종단 구성원들의 여론과 사회적 흐름을 수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종회 교육분과위 본각 스님은 “더 이상 출가제한의 명분이 없으며, 이왕 풀 것이라면 3월 임시종회에서라도 당장 폐지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강성식 정책실장 역시 제도폐지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가는 수행자로 입문하기 위한 ‘선택’이지, 나이 기준을 정해 부여되는 ‘자격’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승가교육의 질’이 하락 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마련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기존 스님들과의 위계를 명확히 하고, 이들을 위한 별도교육체계 만드는 등의 종단 차원의 준비를 서둘러야한다. 조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