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사찰인 신촌 봉원사 문제에 대해 조계종과 태고종이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3월 9일 각각 종무회의를 열고, 양측 9인으로 신촌 봉원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이 대화를 재개하게 된 것은 2월 1일 대법원에서 나온 “조계종 명의로 토지 등기된 것을 말소하고 원래 봉원사로 환원하라”는 소유권 확인 등의 소송 판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 판결 후 조계종 총무원은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기로 하고 항소를 취하한 후 3월 4일 태고종 총무원에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태고종 총무원은 봉원사와 의견을 조율하고 대화에 응하겠다고 회답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법안 스님은 “봉원사 문제는 빠르면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해결될 수도 있다. 늦어도 올해 안에 타결지을 수 있도록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봉원사 문제만 해결되면 조계종과 태고종의 10여개 분규사찰들도 봉원사에 준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고종 총무원 교무부장 법현 스님은 “불교계 분규를 종식하는 것이 사회 안정에 도움을 주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할 방침”이라며 “지금까지 봉원사와 관련한 논의들이 일정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상황이 많이 변한 만큼 봉원사와도 의견을 조율해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해당사찰인 신촌 봉원사(주지 구해)는 3월 11일 성명서를 통해 “오랜 세월동안의 교단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한국불교를 정상화시키는데 조계종과 태고종이 손잡고 같이 정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희망에서 조계종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봉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계종과 태고종은 1989년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합의한 내용은 △선암사는 재단법인을 설립 7대 6으로 이사를 구성 이사장은 조계종에서 맡는다 △봉원사는 5대 5로 재산을 분할 관리한다 △나머지 분규사찰은 실무대표단에서 계속 협의한다 등이다.

이어 95년 1월 17일에도 조계종의 ‘조계·태고 분규사찰 실무협의회’와 태고종의 ‘태고·조계 사찰분규 종식위원회’가 구성돼 마지막 협상안을 도출하는 단계에서 토지처분 문제가 불거져 봉원사 사중의 반대로 결렬된 바 있다. 이후 99년 7월19일 조계종 총무원장 고산 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인곡 스님이, 2001년 11월 4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이 만나 분규사찰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었다.

현재 조계종 태고종의 분규사찰은 순천 선암사 향림사, 서울 봉원사 백련사 안정사 인천 용궁사 등 10여개이다. 분규사찰의 법적 소유권은 조계종에, 점유권은 태고종이 갖고 있어 조계-태고종간의 미묘한 현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