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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점성학, 심신관계론에 기반한 티베트의학
김재일 교수의 티베트 의학 산책 9
티베트의 성지인 포탈라궁. 현대불교 자료사진.

중공의 침공을 받기 전 티베트의 전통의사는 대부분 스님들이었다. 그렇지만 각 지역에서 속인 두 명씩을 후보자로 선발하여 수도 라싸의 의학성산대학(醫學星算大學)인 멘치캉에 보내 각각 의사와 점성사로 양성했다.

한편, 각 지역에서 뽑은 두 속인 학생과 함께 각 승원(큰 사원)별로도 두 명의 학승을 선발하여 같이 교육시켰다. 그래서 의학교를 마친 일반인 의사는 자기 고장으로 귀향하여 지역민들을 돌보고, 승의(僧醫) 중 한 명은 의학교에 남아 진료나 연구를 계속하고 다른 한 명은 소속 승원에 돌아가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현재 인도 다람살라의 망명 정부에서 운영하는 의학교에서는 2년마다 신입생을 받고, 특별히 외국인에게도 티베트어수업에 지장이 없으면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모든 종교 문화 및 학문 활동의 중심에 사원이 있다. 그리고 의학의 근원을 약사여래의 가르침에 두고 있다. 그 같은 티베트의 문화적 풍토에서 티베트의사는 단순한 의술의 시술자로서가 아니라 영과 육을 제도하는 약사불의 발원과 소임에 구족한 전법사로서의 예우와 신망을 받는다. 따라서 티베트의사는 철저한 교육과 수련을 통해 그에 걸맞은 의학적 식견과 성품 그리고 종교적 소양을 두루 배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 4년의 <사부의전>과 기본교양 및 불교교리에 대한 교육이 끝나면, 5년째 들어 그동안 배운 <사부의전>에 대해 스승과 동료들 앞에서 엄격한 구두 및 지필 시험을 치른다. 그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연말에 티베트의학의 전문의로서의 치유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축도와 약사여래 입제식을 갖는다. 아름다운 여인이 보석 장신구와 화려한 의상을 걸치는 것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한층 빛을 더하듯이 그러한 의식은 의사의 치유력을 극대화시켜 준다.

6년째와 7년째는 티베트의학성산연구소의 한 지원에서 맥진 요진 그리고 환자의 다양한 임상실제에 대해 철저한 임상수련을 거친다. 그야말로 수학 기간과 내용 그리고 수련의 질과 양에 있어 현대 서양의학의 교육체계나 의사양성 과정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근대적 의학교육 체제가 벌써 오래 전부터 틀을 잡아온 것이다.
다른 대체의학에 비해 티베트의학은 국내는 물론 서구의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면허를 받은 정통 티베트의사나 전문가가 국내에 없고 서구에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주를 통틀어도 활동 중인 티베트의사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티베트의학의 특징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티베트의학의 독특성은 그것이 불교철학원리, 천문점성학 그리고 정교한 심신관계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티베트의학의 기본 원리는 세 가지 주요 에너지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세 가지 주요 에너지란 롱(Loong) 트리빠(mKhrispa) 그리고 베컨(Bad-Kan)을 말하며 삼인(三因)이라고도 한다.

롱(Loong 한자로‘氣’또는‘風’으로 의역됨)은 미세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우리 신체의 구석구석을 순환하며 마음 말하기 그리고 신체와 연결된 모든 운동과 활동들을 돕는다. 트리빠(MKhris-pa‘痰’또는‘火’)는 열에너지로 신체 구석구석을 순환하며 체온 소화 그리고 생명력의 균형을 잡아준다. 베컨(Bad-Kan‘膽’또는‘粘液’)은 유체에너지로 신체를 두루 순환하며 우리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신체의 안정 기능과 림프계를 돕는다. 이 티베트 용어들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각기 ‘바람’ ‘쓸개즙’ 및 ‘점액질’이 되겠으나 우리말 뜻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니 가급적 음역으로 사용하겠다. 독자들께서는 롱 트리빠 및 베컨이란 용어를 잘 숙지해 주길 바란다.

세 에너지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우리는 건강을 유지하나 그렇지 못할 때 병에 걸리게 된다. 티베트의학에서 그 세 에너지의 균형을 깨뜨리는 장기적인 주원인으로는 무지(無知)를 들고 있다.
김재일 한국티베트의학원장 | |
2005-03-10 오후 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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