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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흥덕왕 때 도성(道成)과 관기(觀機)라는 두 수행자가 포산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도성은 북쪽 산마루 도성암 바위에서, 관기는 그곳에서 10리쯤 되는 남쪽 관기봉 밑 토굴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이따금 구름을 헤치고 달을 노래하며 왕래하곤 했다. 서로 오고갈 때면 산의 나무들이 허리를 굽혀 맞으려는 듯했다. 어느 날 도성이 도를 깨쳐 벼랑사이로 '꽝'하는 소리와 함께 산능선을 차고 몸을 하늘에 날리며 간 곳 모르게 사라졌다. 관기도 뒤이어 득도를 했다.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포산이성(包山二聖) 전설이다. 전설의 포산은 바로 지금의 대구 비슬산(悲瑟山)이다. 그 산에 있는 용연사는 신라 말에 보양선사가 운문사에 이어서 개창했다.
용연사의 가람배치는 천왕문-보광루-삼층석탑-극락전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전형적인 일불일탑 가람이다. 마당 가운데 목련 나무 두 그루가 시자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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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 뒤로 석축이 가지런하다. 돌로 쌓았음에도, 눈에 전혀 무겁지 않다. 높이를 2단으로 하여 화계(花階) 역할도 겸하고 있다.
석축은 극락전-영산전-삼성각 뒤쪽으로 이어져 있다. 전각 뒤의 석축은 절개면의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사방벽 기능과 함께 불이 났을 때 산불이 전각으로 옮겨 붙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화벽 기능도 갖고 있다.
절집은 전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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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앞에 청운교가 걸려 있다. 지난번 매미 태풍 때 유실되어 다시 세운 것이다. 명부전이 매미의 폭력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옛 청운교의 자기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홍수가 명부전 지역을 깎아내려 전각을 크게 위협했을 것이다.
옛 글에는 비슬산을 ‘所瑟山’ 또는 ‘苞山’이라고 했다. ‘苞山’이란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란 뜻을 가진 중국어이다. 그러나 비슬산의 식생은 대구시에 인접해 있어서 튼실하지도 다양하지도 못하다. 원시림으로 보존된 곳은 없고, 거의가 인공으로 조성되었거나 관리된 숲이 대부분이다.
용연사 주변의 숲 역시 인공림이라 식생이 비교적 단조롭고 단순하다. 한눈으로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분서현상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계곡과 절 주변은 온통 낙엽활엽수들이 에워싸고 그 너머로는 20년생 안팎의 소나무들이 단순림을 이루며 숲을 이루고 있다.
용연사 조류들은 주로 이 활엽수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박새류와 딱따구리류를 중심으로 한 텃새가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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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새는 산과 농경지 등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겨울철새이다. 멧새과의 겨울철새 가운데 가장 흔해서 ‘시골새’ 혹은 ‘촌새’라고 불린다. 일부는 봄이 와도 북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여름을 보내기도 한다. 참새나 멧새와 비슷하지만, 짧은 뿔 모양의 장식깃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큰 절 뒤로 난 계곡길을 따라가면 명적암으로 이어진다. 무인지경에는 멧토끼와 고라니 발자국이 어지럽다. 비슬산에 서식하고 있는 포유류로는 삵, 멧돼지, 너구리, 오소리, 족제비, 노루, 고라니, 멧토끼, 두더지, 고슴도치, 두더쥐 등이 보고돼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지자체의 각종 개발과 등산객 증가 등으로 인해 이들 동물의 서식 분포의 빈도가 점차 감소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극락교를 다시 건너 사리계단이 있는 적멸보궁으로 가다보면 왼편으로 굴참나무 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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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들은 상수리와 도토리 두 종류의 열매로 종자를 퍼뜨린다. 상수리는 둥글넓적하게 생겼고, 도토리는 길쭉하게 생겼다.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에는 상수리가 나고, 나머지 참나무에는 도토리가 열린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둘 다 ‘꿀밤’이라고 부른다.
용연사 굴참나무는 나무 줄기마다 상처가 깊이 패였다. 이것은 배고팠던 시절 사람들이 상수리를 털기 위해 나무 기둥을 바위나 떡메로 쳐서 생긴 상처이다. 그래서 상처들이 모두 사람 가슴 높이에 나 있다. 게다가 풍뎅이와 같은 천공성 곤충들까지 덤벼들어 상처가 저렇게 더 깊어진 것이다.
적멸보궁은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서 통도사의 사리를 나누어 봉안한 것이다. 적멸보궁 주위로 측백나무와 히말라야 삼나무 등이 보인다.
향나무과에 속하는 측백나무는 조주선사의 화두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에 나오는 바로 그 나무이다. 중국에서는 ‘당백(唐伯)’이라 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측백’으로 번역하고 있다.
적멸보궁의 처마 안 공포에다 멧비둘기가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틀었다. 구조적으로 우리의 옛 집들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눈비를 피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붕과 처마 없이 벽체만 있는 요즘의 건물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약수터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사방오리, 때죽나무, 산벚나무 등이 간간이 보이긴 하지만, 소나무 단순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곳곳에 노송도 보이지만, 거의가 20년생 안팎의 청솔이다. 이것들을 재목으로 키우려면 간벌을 해주어야 한다.
비슬산은 지질학적으로 백악기의 유천층군 화산암과 이들을 관입한 불국사화강암류로 구성된다. 특히 대견사 옛 터가 있는 비슬산의 서사면에는 얼마 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너덜지대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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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테일러스(talus)라고 하는 이 너덜지대는 8만~1만 년 전 빙하기에 생성된 물리적 풍화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수직절리의 바위들이 산비탈에 굴러 떨어져 지대가 낮은 계곡을 따라 길게 쌓이는데, 이를 암괴류라고 한다.
대견사지 암괴류는 그 길이가 2킬로미터에 가깝고, 폭도 넓은 곳이 80미터에 이른다. 쌓인 깊이도 5미터에 이르는, 세계적인 암괴류이다. 그러나 암괴류에 대한 일반의 이해와 관심은 퍽 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