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이 개봉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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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학부모님들과 지인들에게 ‘아들 일어나다’란 책을 선물했었다. 자폐아를 둔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 그 눈물겨운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자폐는 포기하지 않는 한 치유될 수 있고 좀 다를 뿐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자폐아를 정상아로 만들어 낸 한 가족의 실화로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토론 주제로 많아 쓰이기도 했었다.
베리 닐 카우프먼과 사마리아의 행복은 세 번째 아이이자 첫 번째 아들인 라운이 태어나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라운이 태어나면서부터 허약하고 알 수 없는 염증을 앓는 등 불길한 징조들을 겪으며 조금씩 긴장으로 바뀌어야 했다. 그러한 1년이 지나면서 라운이 자폐아 증상을 보일 때 그 긴장은 극점에 달했다. 그러나 부부는 아이의 불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라운의 행동양식이 굳어지기 전에, 주위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그 애가 심각한 감정 문제를 유발시키기 전에 그리고 그 애가 지닌 평화와 기쁨이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동안에 이게임이 끝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폐아를 둔 많은 부모님들에게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한 교훈이다. 이 책의 저자인 라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들의 불행을 인정하지 않은데서 ‘라운의 기적’은 싹을 틔웠다. 전문가들, 의사나 간호사, 심리학자들이 지식과 관습의 울타리 안에서 라운의 상황을 자폐로 인정하려는 것을 보며 분개하는 부모의 사랑은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다.
라운의 부모, 베리 닐 카우프먼과 사마리아의 믿음에 찬 의지와 정성은 창조물에 대한 신의 사랑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온전치 못한 창조물에 대한 신의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모르는 인간의 알음알이로는 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낼 자격조차 없지 않을까?
라운의 부모는 자폐증상은 단지 특별할 뿐이고 반드시 고쳐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로의 역할을 나눈다. 아버지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도서관을 찾아 자료집과 보고서를 탐독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24시간을 라운과 함께 보내며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밤늦도록 부부는 아이의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날마다 일지를 작성해 비교하고 분석하기를 잊지 않으면서 친절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라운이 냉장고 앞에서 우는 모습을 연출해 낸다. 그것은 바로 뭔가를 먹고 싶다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이었다. 이로부터 라운의 기적은 탄력을 받게 된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원래대로 돌아갔을 뿐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본래로의 환원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눈물과 신뢰와 정성 그리고 사랑.... 가장 큰 영양분은 바로 희망이었다.
“희망은 물과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조차도 뿌리를 내리는 씨앗이다. 왜냐하면 희망이 바로 물이고 햇빛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적의 주인공 라운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포기하지 말라.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것을 가지고 있다.”
■ <아들, 일어나다>
베리 닐 카우프먼 지음/최영희 옮김
열린출판사 펴냄/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