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로 지역경제 기반 마련합니다”
“제다법 공개해야 녹차 질 향상”
2년 전부터 차(茶) 농사를 짓고 있는 전남 광양시의 김성현(가명)씨.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산물인 차 재배를 적극 권장해 시작했지만, 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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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김씨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렸다. 20여년 가까이 차를 만들어 온 혜우 스님이 최근 섬진강 근처의 폐교를 인수해 ‘혜우 전통덖음차 제다교육원’을 연다는 것이다. 제다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으로는 최초일 뿐 아니라 더 반가운 것은 교육이 전액 무료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제다교육원장 혜우 스님은 “농민들이 찻잎을 생산하는 중간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워 교육원을 열게 됐다”고 개원 취지를 밝혔다. 찻잎을 재배해 직접 가공ㆍ판매까지 하게 된다면 농가의 수익증대와 자립 기반 마련에 더 할 나위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님은 4년 전부터 교육원 마련을 준비해왔다. 적당한 부지를 물색하던 중 지난 1월 폐교된 순천 용남초등학교 비룡분교를 인수한 후 제다실과 강당, 숙소, 다실, 법당 등을 꾸미기 위해 직접 흙짐을 지고 페인트칠을 했다. 3개월간의 공사 끝에 오는 3월 19일 드디어 교육원 개원식을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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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는 인근 다압, 순천, 광양, 광주 등지의 농민 10여 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한다. 교육은 1회성이 아니라 제다법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3~4년 동안 꾸준히 지속된다. 교육생들이 생산한 차는 혜우 스님이 품질을 검수하고, 교육원의 이름을 달고 전국 대리점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또한 덖음차 제다법을 수치화ㆍ계량화 하고, 이를 기계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스님은 농민들과 차인들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만을 맡고자 한다. 차를 재배하고 가공하고 그 제품을 시장에 내 놓는 것 모두가 농민들의 몫이자 그들의 생활 기반이기 때문이다.
“교육원과 뜻을 함께할 제다인들은 언제든 이곳에서 자신의 제다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제다법을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우리나라 차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시주로 생활하다 보니 마시는 차라도 직접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것이 어느 덧 19년. 스님은 제대로 만든 차 한 통이 지역 경제와 국민 건강의 기반을 이룬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이 시도가 어떤 결과를 맺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