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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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선사 초청 설선대법회에 3천 대중 '운집'
범어사ㆍ본사 공동주최, 지유선사 입제 법문
흰눈이 축복하듯 '설선(雪禪)'법회 된 범어사 설선(說禪)대법회

지유 스님의 법문을 경청하는 3천여 사부대중.

선찰대본산 부산 범어사(주지 대성)와 현대불교신문사(대표 김광삼)가 공동 주최한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가 3월 5일 오후 2시 범어사 보제루에서 봉행됐다.

이날 법회에는 범어사를 통해 신청이 완료된 2400여 명의 대중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승, 재가자 3000여 명이 보제루와 대웅전 앞마당 계단 등 도량을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채워 설선대법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설선대법회 입제식이 거행됐다. 범어사 총무국장 범산 스님의 고불문, 주지 스님 개회사,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치사, 김광삼 사장의 인사말 등의 순서로 진행된 입제식에서 대성 스님은 “전국의 본사에서 선수행을 근본으로 하는 선찰대본산에서 물질문명의 문을 버리고 대아적인 정신세계의 문 없는 문을 활짝 연 설선대법회를 봉행하게 되었다”며 “눈 밝은 선지식들의 법문에 목말라하는 시민과 불자들에게 청량한 감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범어사 설선대법회에 참석한 3천여 사부대중. 사진=고영배 기자
법장 스님은 치사를 통해 “한국선의 중흥조였던 경허 스님께서 수행하셨던 선찰에서 간화선의 참다운 실체를 드러내는 법문을 해주실 스님들께 감사드리며 설선대법회를 계기로 금강같은 신심으로 용맹정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사 김광삼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부터 이어질 10대 선사들의 초청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라는 무명수를 잘라내는 금도끼가 될 것”이라며 “당대의 선지식을 한자리에 모시는 다시없는 이 법회를 한차례도 놓치지 말고 챙겨 마음공부에 만전을 기하시길 바란다”며 이번 법회를 연 의의를 전했다.
이어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은 “고려시대 이후 최초로 재현되는 담선대법회이며 세계적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대인들의 일상 속 수행을 이끌어주는 법회가 될 것”이라며 설선대법회의 의의와 방향을 설명했다.

2시 50분, 첫날 법주 지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됐다.
“우리가 법회나 법문이라고 하면 거추장스럽게 겉모양에 치중하다 보면, 실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알맹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법문을 시작한 지유 스님은 “선이란 게 뭐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대화가 바로 법문이며 법회”라고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는지를 살펴보면 벌레나 미물까지도 모두 가지고 있는 마음을 깨달아 고통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니 “우리는 불생불명의 그 마음을 깨닫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부지런히, 열심히 정진하라 거듭 당부했다.

“일상생활에서 차 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는 게 선이지만 우리가 지식, 관념이 구름처럼 가려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며 “잘못된 생각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본래 갖추어진 마음자리를 홀연히 깨달아 알게 된다”고 했다.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자 맑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미동도 없이 법문을 경청했고 대중들의 머리 위에는 하얀 눈꽃의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유 스님은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깨달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물속에 든 물고기가 물을 찾는 것과 같은 처지에 있지만 깨달은 것과 깨닫지 못한 것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수행법이든 스스로 대의심, 대분심, 대신심으로 몸부림쳐야 본래 부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수행법에 대한 분별심을 내려놓고 간절하고 간절하게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치사. 사진=고영배 기자

지유 스님의 법문에 이어 질문자로 나선 구주 스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간화선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간화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면 중국 당대 조사선에서는 모든 사람은 본래 청정한 자성을 갖추고 있어 수행을 할 필요가 없이 단지 쉬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조실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유 스님은 “깨닫지도 못했으면서 닦을 것이 없다고 해서는 안된다”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아야, 즉 의문이 나야 연구를 하던 수행을 하던 할 수 있으니 부지런히, 생사를 걸고 내가 모르면 죽겠다는 심정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재가질문자 곽만연 동아대 교수는 일상생활 속에서 재가자들이 어떤 수행법으로 공부하면 좋을지를 여쭈었다.

지유 스님은 “일을 할 때 공부를 놓쳤다고 하고 공부하면서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것은 바른 공부가 아니다. 일할 때는 오로지 일뿐이어야 하고 차 마실 때는 오로지 차 마실 뿐이어야 하는 것처럼 행주좌와 어묵동정이 공부 아닌 것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선과 교의 관계, 화엄사상과 선사상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화엄사상 선사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마음의 정체를 알아야 하는 것이지 선과 교가 따로 있고 염불, 기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대답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2시간여 동안 계속된 법문이 끝이 났다. 법회에 참석했던 대중들은 한결같이 “하얀 눈이 내려 더욱 환희심이 나는 법회였다”며 입을 모았다.

감로사 주지 혜총 스님은 “직접 공부해보신 범어사 조실 스님의 법문이 대중들의 위한 공부길을 충분히 상세하게 밝혀주신 정말 좋은 법회였다”고 말했다.

또한 공부 모임 도반 12명과 함께 참석한 백련불교문화원 심전 거사는 “살아있는 생생한 법문을 기대하고 왔는데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열번의 법회를 빠짐없이 들을 것”이라며 “특히 마지막 무차선 법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에서 참여한 박선자 보살은 “눈이 내려 더욱 환희심이 난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아직은 미진한 공부에서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란다. 테이프도 사서 듣고 복습을 부지런히 해서 더욱 정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법회 후 7시부터는 설법전에서 참선 실수가 이어진다.
천미희 기자

설법하는 지유 대선사. 사진=고영배 기자

-설선대법회 참가자들 표정

이날 설선대법회에는 도반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참가한 사람도 많았다.

범어사 인근 안양암에서 도반들과 함께 온 조일심(74) 보살은 “큰 스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며 “법문이 끝나고 정진도 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산에서 왔다는 박식(50)씨는 “생활에 찌든 마음을 씻기 위해 법회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다음 법회 때는 가족들도 데리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80이 넘은 노모와 가족과 함께 온 김주태(57) 거사는 “어머니와 식구들이 법회에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왔다”며 “날씨는 춥지만 큰 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단에 다닌다는 홍윤석(35)씨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며 “10차례 모두 빼놓지 않고 참석할 생각”이라며 이번 법회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관광차 범어사에 왔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어떤 행사인지 궁금해 지켜보고 있다는 영국인 부부 존(John)과 줄리에(Julie)씨는 “불교는 잘 모르지만 한국의 사찰은 아름답고 독특하다”고 느낌을 소개한 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평화를 얻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경이롭다”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다.

법회 전 설선대법회 팸플릿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 대학생과 60대 거사는 부산 안국선원과 서울 안국선원의 신도로 지난해 처음 만난 적이 있는 도반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뒤 “설선대법회에 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매우 반가웠다”면서 “이번 기회에 공부에 관해 많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면서 즐거워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에서도 머리에 신문을 덮어쓴 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한 거사는 “법문을 들어보시니 어떻냐”는 질문에 “지금 (법문에) 집중하고 있으니 인터뷰를 할 수 없어 미안하다”며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사말하는 현대불교 김광삼 사장. 사진=고영배 기자


-범어사 설선법회 이모저모


# 설선법회 3천여명 운집 대성황
행사시작 3시간전인 오전 11시경 행사가 열리는 보제루내는 400여명의 불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어 행사 1시간 전인 오후 1시경에는 보제루앞에 설치된 간이 의자로 마련한 1400여석의 간이 법석도 빈좌석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설선법회에는 3000여명의 신도들이 운집하면서 법어사의 자투리 공간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흰눈 속에 법문은 이어지고
오늘 하루 일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 발표와 달리 설선법회가 열린 범어사는 아침부터 화창한 날씨였다. 따듯한 가운데 입제식이 열렸다. 하지만 첫 법주 범어사 조실 지유 대선사의 법문이 시작되면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함박눈은 설선법회가 열리는 범어사만 내리고, 부산시내는 날씨가 화창했다. 참가자들은 설선법회가 눈(雪)내리는날 선을 설하는 법회여서 범어사만 눈이 내린다고 말하며 법문이 끝날때 까지 자리를 지켰다.

# ‘반가워요’ 설선법회
부산 온천동에서 온 양원(50, 부산항만공사 근무)씨는 “설선법회가 부산에서 처음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부인과 범어사에 올라왔다”며 “법회가간동안 고승들의 선 분위기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양씨는 “처음부터 선의 진수를 알기는 힘들겠지만 자꾸 참가하다보면 냄새라도 맡아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철야정진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선선대법회 접수처 혼잡
설선대법회가 열린 범어사 접수처는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참선 철야정진에 참여하려는 불자들로 혼잡을 빚었다. 접수를 맡은 8명의 보살들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접수증과 ID카드를 발급했다. 참가자는 행사시작 30분전 2000여명을 넘어섰다. 범어사의 한 스님은 “유료접수자는 1000여명을 예상했는데, 이미 2배를 넘어섰다”며 “이제는 접수자가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2005-03-05 오후 5:49:00
 
한마디
가 다시 나타났나? 팔끊으며 법 구하던 혜가에게 본래 불안한 마음 없었으니, 착고 구하는 그 마음 쉰다면 비로소 안심 얻으리...
(2005-03-07 오전 9:40:27)
28
다음날 눈이 너무 많이 온건 어찌 할낀데..... -악-
(2005-03-06 오후 8:56:03)
26
부처님시대 영산회상을 방불케하는 자리였다면? 정말 그런것 같았어요. 스님의 법문과 함께 흩날리는 설화꽃비... 수 많은 사부대중들, 잊을 수 없는 감격스런 법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것 부처님전에 감사드립니다. _()_
(2005-03-06 오전 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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