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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막연한 질문인가?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당신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인가?”
매주 절이나 교회를 찾는 사람이나 신행활동 10~20년을 자랑하는 ‘독실한’ 신자들이라 할지라도 이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믿는 종교의 경전이나 교리, 신행활동, 수행법 등은 줄줄이 꿰고 있지만, 정작 ‘종교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는 드물기 때문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종교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할 정도로 오랜 시간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영향을 미쳐 온 종교. 과연 그 실체와 의미는 무엇일까? 30여 년간 종교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에 천착해 온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한국학과)가 최근 펴낸 <종교를 넘어선 종교>는 ‘종교의 본래 가치를 이해하자’는 뜻으로 씌어진 종교 입문서다.
지은이는 “우리나라 종교인들의 태도는 자신의 종교에 대해 별 의문이 없거나, 또는 자기 종교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며 종교에 대한 이성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서설 ‘종교학의 주요 문제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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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설 ‘인간과 종교’에서는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와 종교를 통해 다다르고자 했던 경지 그리고 그 경지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지은이는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의 고통을 벗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린다. 불교는 해탈에 이름으로써, 기독교는 구원을 통한 영생을 얻음으로써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종교를 통해 인간이 다다르고자 하는 경지를 제시한다. 불교의 공(空)과 힌두교의 브라만, 이슬람의 알라와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 같은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종교마다 명상과 수행, 헌신, 숭배 등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종교의 역사와 본질을 살펴볼 때 인류는 그동안 ‘자아중심성의 탈피’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발전해왔다고 결론짓는다. 9ㆍ11 테러나 이라크 전쟁 같은 분쟁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많은 수행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고,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수행을 통해 영원이나 절대 실재에 대해 연구하고 체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그 구체적인 사례로 지목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이러한 발전 방향에 동참할지 아니면 교리만을 가르치는 기성 종교에 머물 것인지를 묻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종교를 넘어선 종교>(최준식 지음, 사계절,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