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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로는 처음으로 지난 2월 18일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곽상훈(토마스 데 아퀴나스) 신부. 자비와 아가페, 그리고 종교간 대화는 곽 신부에게 화두와도 같은 것이었다.
가톨릭대 성신캠퍼스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992년 사제서품을 받은 곽 신부는 동국대 불교학과 3학년에 편입해 석·박사 과정을 차례로 밟았다. 신학교 입학 전부터 불교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동양사상연구회란 동아리 활동도 한 적 있는 곽 신부였지만 타 종교인으로서 불교를 전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톨릭 신앙을 갖고 불교를 학문적으로 대하다보니 불교의 심성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곽 신부는 지도교수인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과 화엄경 강독을 함께 하고 방학이면 사찰 수련회를 통해 예불과 참선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불교를 더 알려 노력했다.
곽 신부를 더 힘들게 한 것은 하지만 가톨릭에 대한 불자들의 편견. “종교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근거해서 가톨릭을 오해하는 불자들을 보면 서운했다"는 곽 신부는 "그런 경험이 종교간 대화가 절실함을 깨닫게 하는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논문은 불교의 핵심윤리인 자비와 그리스도교의 아가페를 △자리와 이타 △지혜와 자비 △정의와 자비라는 관점에서 비교했다. 곽 신부는 나아가 “각자의 종교적 체험이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혁시켰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며 “자비와 아가페는 삶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곽 신부는 “불교와 가톨릭 사이의 대화 속에서 양 종교간의 전통에 담긴 지혜와 사랑의 정신을 잘 길어내면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