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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많아서 시 소재를 거기에서 찾아왔다는 최송아양(과천외고3)은 ‘바라보다’로 3월 1일 열린 만해백일장에서 시ㆍ시조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중학생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최양이 본격적인 시쓰기를 시작한 것은 고2 때. 시를 쓰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나보다 힘든 사람에 대한 배려가 생긴다는 것이 최양이 갖는 시쓰는 마음이다.
“하루에 2편 정도 꾸준히 시를 쓰는데 밝은 시보다 인간의 아픔을 다루는 시를 쓰고 싶다”는 최양은 신문방송이나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대상 수상작 전문.
만해대상 시ㆍ시조 부문
바라보다
과천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최 송 아
나는 산세베리아
가만히 온실 밖을 내다본다
길 건너편에서는 오늘도
아침부터 포크레인기사가
뼈만 남은 창틀을 산산조각 낸다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마을의 고요
무너진 담벼락 사이에 끼어
목이 부러진 들꽃들도 축 늘어져 있다
쿨럭거리던 바람이 꽃잎을 흔들어대면
목이 터져라 재개발 반대를 외치던
혈서 같은 푸른 깃발들도
픽, 픽 힘없이 쓰러진다
반쯤 뿌리 뽑힌 살구나무엔
떠날 데 없는 텃새들이 앉아 있고
새로 생겨난 개발지구 화원에서
나는 지금, 왜곡된 계절인 줄 모르고
온 몸을 쭉쭉 편다, 일광욕을 즐기던
텃밭의 고추와 가지는 머리끝까지
소음을 뒤집어 쓴 채 편도선을 앓는다
텅 빈 축사 갈라진 여물통 사이
이름 모를 이끼들만 곰팡이로 피어있고
시커멓게 뚫린 벽, 구멍으론
불쑥불쑥 바람만 요란스레 드나든다
처마 그늘진 곳에 둥지를 틀고
겨울 양식을 장만하던 거미들
찢겨진 허공만 멍하니 바라본다
이젠 말라 흙먼지만 풀풀 이는 우물 속에
방금 호두알 하나가 떨어졌다
바깥 구경도 지루해진 나는
한껏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