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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은, 단 한 순간도 타협이란 것을 용납하지 않고 격동의 20세기를 도전과 변신을 거듭하며 온몸으로 살아낸 그들의 삶을 단지 여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평가하지 않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즉 기존의 틀을 과감히 부수고 변혁의 꿈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35명의 여성들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순간의 이야기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통쾌하다.
1권의 부제는 ‘세상을 뒤바꾼 여성들’.‘시대를 앞선 눈’으로 헤쳐나간 숱한 사연을 만날 수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 등 낯익은 이름도 많지만 낯선 인물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2차대전 중 스탈린을 앵글로 첫 포착하는 등 30~50년대 지구촌 주요 현장을 누빈 사진기자 마거릿 바크화이트,베트남전선의 첫 여성 종군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레닌을 감탄시켰지만 혁명이후에는 레닌과 치열한 논쟁을 벌인 볼세비키 이론가 알레산드라 콜론타이 등의 생애는 그 동안 많이 드러나지 않은 불꽃같은 삶이다.
2권은 ‘여자가 못할 일이 무엇인가!’로서 탐험과 모험에 나선 삶을 다룬다. 좀 거칠게 구분할때 1권이 사상·예술·페미니즘 등 투쟁의 열기가 넘치는 정신의 영역이라면, 2권은 몸을 매개로 한 스포츠의 세계로 흥미롭게 읽힌다. 남자의 고유 영역이었던 스포츠에서 남자가 무색할만한 기록을 남긴 여성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남극점까지 혼자 걸어가고, 59세에 6,768m의 고봉을 등반한 당찬 여인들의 삶이 이어진다.
이밖에도 ‘참 아름다운 도전’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을 연대기별로 정리한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곁들여 감동을 더한다. 최초의 여성 에베레스트 정복자인 일본의 다베이 준코를 제외하곤 모두 서양인이라는 게 걸린다. 물론 나혜석, 김활란, 모윤숙 등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위대한 여성들은 얼마든지 많다.
책에서 잠시 눈을 떼어 우리 현실을 돌아보자. 여성을 억누르는 관행과 제도들이 도처에 수두룩하다. 여성계에서 꼽는 호주제의 존재가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이 어둠과 싸우는 이들에게 케이트 밀레트가 저서 <성의 정치학>에서 “가정(가부장제)을 파괴하라”고 외친 대목은 큰 힘이 될 것이다. 굳이 이런 각론이 아니라도 ‘참 아름다운 도전’을 시도했던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호주제가 상징하는 악습들의 수명이 거의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
◆ <참 아름다운 도전1ㆍ2>
이병철 엮음
명상 펴냄/ 각권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