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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불교론>를 출간해 불교계의 친일문제를 본격 거론했던 혜봉 스님(이천 지족암 주지)이 <친일승려 108인>을 새로 펴냈다. <친일불교론>이 총론이었다면 <친일승려 108인>은 인물 중심의 저술이다.
이 책에는 대표적인 친일 승려로 꼽히는 이회광·강대련 스님을 비롯해 동국대 초대 총장이었던 권상로 스님, 국회의원과 동국대 이사장을 지냈던 이종욱 스님, 그리고 불교학자 김동화·김영수 스님 등 108평의 친일행적이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친일’의 정의와 기준은 혜봉 스님이 편찬위원으로 활동 중인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안을 따랐다.
저자 혜봉 스님이 불교계 친일문제에 천착한 것은 1989년. 삼각산 태고사에서 일제 때 출간된 <석문의범>에 실린 일본 왕실에 대한 축원문을 보고 불교계 친일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한 것이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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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봉 스님은 “당시 친일승들은 다 죽었고 어떤 처벌도 불가능하지만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사람들로 하여금 인과를 받아들이게 하고, 바른 업을 짓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평가는 한다 해도 지은 업은 어떻게 할까. 친일 행위자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없다는 혜봉 스님은 불교계의 참회와 대국민 사과를 제안했다.
“친일승의 잘못이었다 해도 결국 우리 불교계가 함께 저지른 공업인 셈입니다. 지금이라도 불교계가 나서 참회를 하고,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과오를 청산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