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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이하 진흥원) 최근 ‘문화원형 콘텐츠 총람’을 펴냈다. 2002년부터 시작한 우리 문화원형의 디지털콘텐츠화 작업과정과 그 응용방안을 담은 자료집이다. 진흥원은 디지털 시대에 창작소재로 활용가능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것에 디지털의 옷을 입힌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총 61개 과제 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현재 40여개의 새로운 과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불교를 소재로 한 개발 프로젝트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불교 문화의 원형 복원작업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과 참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불교관련 디지털콘텐츠의 경우 콘텐츠시장에서 벌써부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진행돼온 불교관련 디지털콘텐츠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도약을 위한 과제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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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콘텐츠, 개발만 하면 무한 가공 가능
콘텐츠(contents)란 본래 문서 등의 내용이나 목차를 지칭하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관련 저작물의 내용을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모든 형태의 정보를 포함하는 용어가 됐다. 불교문화 콘텐츠 역시 그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유형의 성보문화재를 비롯해 불교교리, 수행법 등 무형의 불교전통문화가 불교문화 콘텐츠일 수 있다.
이처럼 자산은 풍부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사용가능한 불교문화 콘텐츠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아날로그적인 콘텐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정보들이 디지털콘텐츠화된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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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D나 VR,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한 단계 더 가공될 경우 파급효과는 더욱더 커진다. 불교설화나 교리 등을 녹인 애니메이션으로 교육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 3D로 제작된 불교 캐릭터나 문화재 등은 게임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매체의 소재나 배경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즉, 하나의 원천콘텐츠가 다양한 문화산업에 적용되고 무한 가공이 가능한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 개념이다. 불교문화산업에 미래가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업적인 활용 이외에 포교의 효과도 크다. 불교문화콘텐츠 사업은 뉴미디어 시대의 가장 효과적인 불교 포교의 수단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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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ㆍ캐릭터ㆍ설화ㆍ사찰세트ㆍ승무 등 불교관련 디지털콘텐츠 다수 개발돼
적경 스님(봉인사 주지) 등의 개인이 불교 게임을 고안한 사례도 있지만, 불교관련 디지털콘텐츠 개발은 그 대부분이 진흥원의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화 공모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억대에 이르는 개발비 때문이다.
호남대학교 인터넷미디어대학 정석규 교수는 2002년 한국불화(탱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2D, 3D, SD 캐릭터로 재창조하고 이들을 이용한 플래쉬 애니메이션을 기획했다. (주)엔알케이는 만봉 스님의 단청문양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주)투알앤디는 불교를 배경으로 행해진 국가의례 ‘팔관회’를 디지털콘텐츠로 재구성ㆍ복원했다.
초기에 문양이나 캐릭터 중심으로 이어졌던 작업은 2003년부터 한층 다채로워졌다. (주)여금은 실측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국보급 불교사찰들의 디지털 복원을 통해 영상세트 개념에 충실한 ‘디지털 세트’를 개발했다. 이는 게임이나 방송, 전시장 등의 배경세트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한서대학교 애니메이션영상연구센터는 감로탱의 디지털 가공을 통해 문양과 캐릭터를 활용하는 한편, 탱화 자체의 다양한 도상에서 사건 상황 시나리오를 추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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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시작돼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모델들은 문화콘텐츠산업 시장에서의 응용가능성이 더욱 크다. 재단법인 전남문화재연구원은 1600여 편의 불교설화를 검토해 100여 편의 시나리오 창작소재 및 시각자료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남대학교는 대표적인 10기의 석탑을 선정해 디지털로 가공하고 있다. 교육문화콘텐츠, 관광콘텐츠 등 활용의 폭이 넓다.
또한 (주)프리진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국의 춤 디지털콘텐츠를 각각 개발하면서 승무 동작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전승에 있어서 하나의 모델로도 기능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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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일반에 공개ㆍ판매 시작…“불교문화 콘텐츠 상품화 전망 밝다”
진흥원과 각각의 업체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불교관련 콘텐츠들은 진흥원의 유통사이트(www.culturecontent.com)를 통해 일반에 공개ㆍ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말 오픈한 사이트를 통해 개발 성과물들이 콘텐츠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임에 따라 불교문화 디지털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주)엔알케이가 추진한 만봉스님의 단청문양 콘텐츠의 경우, (주)누리미디어를 통해서 학교 및 관공서용 E-book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 엔알케이측은 일본판ㆍ영문판 판매사이트를 올해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정석규 교수가 개발한 불화캐릭터들은 ‘스튜디오 난다’를 통해 애니메이션 ‘수미산 유람기’로 제작돼 방송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주)여금의 사찰 건축 디지털 세트는 전라북도 고건축문화재 리소스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진흥원 문화원형팀 구경민 씨는 “개발된 콘텐츠들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도 실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불교 관련 콘텐츠들의 활용도는 높은 편”이라며 “불교문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보편화됐기 때문에 소재만 제대로 발굴한다면 콘텐츠 상품화의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는 관심 미약… 불교 밖 시장에선 ‘솔깃’
불교문화 원형을 이용한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불교계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무관심에 앞서 불교문화의 디지털콘텐츠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어 개발업체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여금의 콘텐츠개발자 도기봉 씨는 “모 사찰의 전각을 3D로 복원하기 위해 촬영을 협조했으나 카메라에 함부로 담을 것이 아니라며 쓴소리만 들었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전남문화재연구원 임승남 이사장은 “포교와 불교문화 진흥을 위해 불교계가 주도해야 할 사업이 상품가치에만 주목하는 일반 업체에 의해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불교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사찰건축 3D 콘텐츠 하나가 100만원(사찰 건축 디지털 세트 중 ‘도갑사 해탈문’기준)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일반 기업체들이 이 같은 콘텐츠 개발을 등한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주)엔알케이 정명희 사장 역시 “불교계는 불교문화의 상업적 활용가치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앞으로는 디지털화 된 문화원형을 현대화시키는 작업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신지용 팀장은 “훗날 우리의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지급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불교문화 콘텐츠 개발과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