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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맛’은 음식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심리상태가 만들어 낸 것일까?
전재근 교수(서울대 식품공학과)는 최근 펴낸 <음식이 사람을 만든다>에서 “음식 맛을 판단하는 것은 마음의 장난”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적으로 볼 때, 맛은 혀에 있는 감각기관인 미뢰가 음식이 주는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 신경중추에 전달함으로써 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맛이 좋다 나쁘다는 것은 혀가 아니라 마음이 판단한다는 것이다.
“먹는다는 행위는 우리에게 너무 흔하고 일상적인 일이라, 그 중요성이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먹고자 하고, 음식 맛을 판단하는 마음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이 책입니다.”
책에서 전 교수는 “먹는다는 행위와 욕망을 끊을 수 없다면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편으로 이용해보자”고 권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그것을 먹는 사람, 먹는 사람의 마음을 고찰해 봄으로써 먹는다는 행위에 따르는 마음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먹는 것도 세계를 담을 수 있는 심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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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음식’편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우리 몸속에 들어가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설명한다. ‘먹는 사람’에서는 자신이 금연을 하고 채식주의를 하게 된 경험을 소개한다. 참선을 통해 ‘먹고 싶어 하는 이 놈이 누구인가’를 참구하면서 서서히 담배와 고기에 대한 욕망을 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전 교수는 건강한 마음이 건강한 육체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먹는 마음’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식감 인식파(Cognitive Food Sensory Curve, CFSC)’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뇌파의 변화를 나타내는 CFSC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결과를 토대로 음식 맛을 느끼는 것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 실린 ‘한 식품학자의 맛 탐구 보고서’는 “음식의 맛으로 인해서 깨닫고 보살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는 <능엄경> 구절을 인용해 이러한 ‘마음 찾기’의 결과를 보여준다.
“나는 음식을 다루는 학자로서 맛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 지금 이 순간 내가 맛보는 맛이 나의 본 성품에 통해 있고 억겁에 통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식품학자로 물질적 현상에만 몰두하여 붓다와 선지식들의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면 맛이 물질 속에 있는 줄 알고 있었을 뿐, 맛을 보는 나와 맛의 참 모습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 <음식이 사람을 만든다>(전재근 글/그림, 종이거울,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