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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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위대한 발견, '기도'


고대문명~현대 종교ㆍ문화 초월해 절실한 믿음 담긴 기도 100편 엮어



“우리가 번성할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아테네인의 땅에 비를 내려 주소서” “부처님, 당신은 병들고 불순한 세상을 고치시는 위대한 의사이십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저마다의 대상을 찾아 자신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희망해 왔다. 오랜 가뭄이나 흉년이 들 때, 혹은 사냥을 하거나 항해를 떠날 때, 자식이 생기지 않거나 자녀의 행복을 빌 때 등 바람과 대상은 다르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기도라는 의식을 행해왔다. 이렇듯 기도는 우리 인류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해온 익숙한 행위이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 민족과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뿌리 깊고 광대한 기도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기도’ 1백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출간됐다.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다. 이 책의 지은이는 현재 독일의 대학에서 종교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59) 교수, 그는 이 책에서 아름답다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임을 인정하면서도, 기도문에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나름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즉 아름다운 기도문이란 결코 장황하고 어렵지 않으며, 오히려 단순함 속에 깊은 신앙심이 담겨 있어 그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의 울림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기도문의 범위를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단순히 잘 알려진 내용에 국한 시키지 않고 문자가 없던 시절부터 고대 문명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종교 ? 문화의 경계를 넘어 아름답고 다양한 기도문을 선정했다. 이렇게 여러 문화권의 믿음을 담아낸 순수한 언어들을 통해 현실에 찌들고 답답한 마음을 씻어내며 인류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까지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이기도 하다.

문자 없는 이들의 기도는 문명의 색채 없이 직설적이기만 하다. 그래서 더 절실하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바로롱족은 ‘아침 기도’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알아달라고 호소한다. “신성하신 아버지시여! 저는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허기진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식사를 했습니다.”

고대문명의 한 건설자였던 이집트의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
파라오는 어떤 기도를 했을까. 이집트 18 왕조 후기 파라오 중 한 명인 에크나톤은 태양신을 찬양했다. “당신이 서쪽에서 질 때면, 만물은 죽은 듯이 잠듭니다. 당신이 동쪽에서 다시 떠오르는 아침이 올 때까지 그들의 얼굴에는 어둠이 깃들고….”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기도했을까. 지은이는 플라톤의 기록을 빌려 소크라테스의 절실한 바람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여기 살고 계시는 모든 신이시여! 제 내면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겉모습 또한 저의 내면과 일치하도록 도와주소서!” 이 같은 기도보다 더 소크라테스의 인간됨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글이 또 있을까.

중세 유럽의 대표적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은총을 바라며 “당신의 거룩함이 우리를 동등하게 한다”고 말했다. 악성 뇌 종양으로 격렬한 고통 속에서 세상을 뜬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병중의 기도’ 를 통해 “어떤 고통 속에서도 당신의 뜻을 따르도록 하시고 찬양하도록 해주소서”라고 빌었다.

일본 정토종을 개창한 승려 호낸은 부처와 가르침(다르마)과 공동체는 불교의 세가지 보석이라는 의미로 “저는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나이다. 저는 불자들의 공동체에 귀이하나이다.”라는 기도를 매일 예불때 드렸다고 한다.
지은이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보며 소설의 작가인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가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하기도 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드미트리는 “저를 심판하지 마소서”라고 했다. 그러나 신에 대한 불경 때문은 아니다. 그는 심판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저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모순에 찬 답변을 한다.

이렇게 다양성과 방대함 속에서도 이 책의 기도문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힘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의 메마른 영혼을 위로하고, 아울러 신암심을 더욱 돈독하게 하자는 것이 지은이가 말하는 이 책의 존재 목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
베른하르트 랑 편저/황정례 옮김
휴먼앤 북스/8천원
김주일 기자 |
2005-02-22 오후 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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