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강대에서 열린 국제불교학술대회. 현대불교자료사진.

불교학회들이 긴 겨울잠을 끝내고 봄맞이 준비로 활기를 띠고 있다. 대부분 학회가 2·3월에 첫 월례발표회를 시작하고, 운영회의 또는 이사회 등을 열어 한해의 계획을 확정짓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움직임으로 불교학연구회(회장 이중표)의 사단법인화 추진,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의 간화선 주제 국제학술회의,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의 불교용어표준화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의 학회들도 다양한 주제의 학술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 주요 계획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교학연구회의 법인화 계획. 이 법인화 계획은 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됐다. 학회의 경우 회장이 바뀌면 대개 회장의 소속 대학을 따라 학회 사무실과 전화번호가 바뀌는 것이 관행이다.

또 회장 개인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해 학회의 기조가 흔들리거나 학문적 자유와 역동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는 학회의 장기적인 발전에 부정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법인화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회장 이중표 교수(전남대)는 “법인이 되면 학회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국제교류에도 도움이 된다”며 “특히 학회 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돼 후원자 확보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돼 궁극적으로 재정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불교학연구회는 4월에 있을 정기총회에서 법인화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불교학회 가운데 법인 형태인 곳은 아직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보조사상연구원은 ‘간화선’을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회의를 11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간화선을 국제적이고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장 법산 스님(동국대 교수)은 “간화선이 동북아에서 어떻게 수용·전승되고 있는지 살피고, 세계인의 수행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점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은 2월 26일에 있을 운영회의에서 확정된다.

한국불교학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불교용어표준화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학회 홈페이지(www.hanbulhak.or.kr)에 확정된 표준화안을 게재해놓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 학회 경향
불교학자들의 모임인 불교학회의 가장 중심적인 활동은 아무래도 학술발표회. 올해 학술발표회는 여느 해보다도 현실에 밀착된 주제가 많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 및 사회분열, 종교갈등 등의 사회현상은 물론 불교의 세계화라는 과제에 대해 불교학자들이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학술대회 주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불교학회는 4월 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릴 춘계학술대회의 주제를 ‘한국불교 교육체계에 대한 재검토’로 정했다. 정보화·탈근대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승가교육과 관련해서는 권오민 경성대 교수가, 재가교육과 관련해서는 김성철 동국대 교수가 맡는다.

불교학연구회는 원효 사상에서 오늘날 한국사회 분열 극복의 지혜를 모색한다. 최근 원효사상을 주제로 열린 겨울워크숍도 같은 맥락에 있다. 불교학연구회는 겨울워크숍의 성과를 발전시켜 11월에 있을 추계학술대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계획이다. 3월 12일 월례발표회에서 곽상훈 신부가 발표할 ‘초기불교와 하느님’ 또한 종교간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 있다.

보조사상연구원의 첫 월례발표회 주제인 ‘영산재’ 또한 조계종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무형문화재의 한 분야를 학술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 한국선문화학회에서 발표될 ‘미국 현대불교의 동향’은 종호 스님(동국대 교수)이 미국에서 1년간 연구활동을 하며 체험한 미국의 불교를 소개하는 논문으로 세계 불교의 흐름을 읽는 데 유용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10월부터 ‘시스템과 상호의존성’을 제1기 주제로 5회에 걸쳐 ‘생태계’를 다뤘던 에코포럼(공동대표 고건·권태준·홍기삼)은 3월부터 제2기 주제를 ‘욕망과 생명-생태적 인간 이해’로 정하고 ‘인간’을 고찰할 계획이다.



◇2·3월 불교학 학회 일정

날짜 학회명 장소 발표자 논문명


2.26 보조사상연구원 법련사 심효섭(중앙승가대 강사), 박성철(경주대 강사) 조선전기 영산재의 성립과 전망, 영산재를 관류하는 사상체계

3.12 불교학연구회 청호불교문화회관 박건주(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연구원), 곽상훈 신부(가톨릭대 강사) 근래 도신 선법연구에 대한 반론, 초기불교와 하느님


3.17 한국선학회 동국대다향관 임성택(경북대 교수) 초기불교수행


3.19 한국선문화학회 청호불교문화회관 이덕진(창원전문대 교수), 종호 스님(동국대 교수) 고려말 선사들의 유교관, 미국의 현대불교의 동향


3.19 에코포럼 동국대 김종주(반포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서유헌(서울대 의학과 교수) 정신의학에서 본 욕망(가제), 뇌생리학 관점에서 본 감정의 문제(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