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2년 3월 26일, 서울 종로 거리에서 한 스님이 ‘불교계 대악마 강대련 명고축출’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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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9년 10월 26일, 가톨릭 교인인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자 한국 가톨릭 교단은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그의 신도 자격을 박탈했다. 뮈텔 주교는 일본인들이 안 의사를 사체를 가족들에게조차 넘겨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도 “그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논평했다.
# 3ㆍ1 항쟁의 불길을 확산시킨 개신교 역시 ‘친일’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상해임시정부 임시의정원 부의장에 피선됐던 정인과는 친일좌담회에 참석하고 친일 ‘기독교 신문’을 창간해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창구 역할을 자처했다.
‘대한매일’ 주필과 성균관대 교수를 역인한 김상웅 독립기념관장이 감춰지거나 잊혀졌던 근대 종교의 행적을 수면 위로 떠올렸다.
지난 2년 동안 ‘종교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이 책에서는 국내외 혼란기였던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에 종교계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의 이면사와 친일, 배교와 관련된 자료를 분석해 싣고 있다. 김 관장이 우리 종교의 ‘부끄러운 이면사’를 들추게 된 것은 “세계적인 다종교 사회로 번창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각 종교 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설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의 항일운동과 친일 행적뿐 아니라 증산교와 대종교, 원불교 등의 민족종교의 탄생, ‘천자(天子)’를 자처하며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보천교와 재산몰수와 살인이라는 극악한 방법으로 교세를 유지했던 백백교 등의 사교(邪敎)까지 천태만상의 종교를 만날 수 있다. 4부 ‘우리가 풀어야 할 역사’에서는 전봉준과 안중근 의사의 유해 여부, ‘공약삼장’ 작성자를 둘러싼 진위논란, 운주사 천불천탑의 신비 등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제시한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종교가 마주한 그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짚어 봄으로써 종교의 참 의미를 고민해 볼 수 있다.
□ <종교, 근대의 길을 묻다>(김삼웅 지음, 인물과사상사,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