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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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새롭게 읽기"


신라문화원 이범교 전문위원이 펴낸 이 책은 <삼국유사>에 관한 기존의 학설들을 총체적으로 비교 정리한 책이다.
최근 서울대가 발표한 ‘대학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 100선’과 실제 지난해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기 대출도서목록 20선 사이의 공통 서적은 단 1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은 ‘서울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 사이의 간극은 ‘고전’이 갖는 의미를 재삼 생각하게 해 준다.

‘민족 제일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삼국유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려 충렬왕 때 보각국사(普覺國師) 일연이 저술한 이 책 제목은 줄줄 꿰고 있지만, 정작 그 책을 한 번이라도 펼쳐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몇 페이지만 읽다보면 어려운 한자투성이에 수시로 귀신이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나열이라는 생각에 책장을 덮어버리기 일쑤다.

신라문화원 이범교(53) 전문위원은 이러한 <삼국유사> 읽기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역사학자나 전문 번역가도 아닌 그가 최근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을 펴낸 이유는 상징과 함축에 담긴 의미를 현대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삼국유사> 관련 서적들에서 ‘결핍감’을 느낀 것도 바로 행간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신이사(神異事)는 단순한 귀신의 이야기나 허무맹랑한 설화가 아니라 신라인들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며, 인간성의 모든 면을 투영한 것이며, 우리 민족이 획득한 지혜를 나타낸 것이다.”

1천100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삼국유사>를 종합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의 장점은 수많은 기존의 학설들을 다양하게 비교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은이는 <삼국유사> 번역을 위해 국회 도서관에서 관련 연구논문 2,000여 편을 복사해 참고했고 원문의 구두점은 최남선의 <증보삼국유사>를, 대본의 오탈자는 <이병도역주본>과 <리상호역주본>, <삼국유사고증본> 등 10종에 가까운 판본을 일일이 대조했다. 또한 219개의 도표와 143개의 지도 및 그림, 332매의 사진은 물론, 학계의 다양한 학설을 각주로 실음으로써 <삼국유사>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책에서는 우선 <삼국유사>의 전체적인 구성과 각 편의 체제를 분석한다. <삼국유사> 9개의 편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짜여져 있으며 이를 통해 일연 스님이 ‘불국토구현(佛國土具現)’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찾아본다. 예를 들어 삼국의 역사 변천과정과 불교의 전파 과정을 나란히 둠으로써 불교의 흥망과 국가의 흥망이 일치한다는 의미가 함축되도록 엮었다는 것 등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단군신화 주몽신화 혁거세신화 연오랑세오녀 처용랑 등의 설화는 “인간성의 모든 면을 에워싸고 대립하는 힘들을 버리고 하나의 통일체를 만들고 실현하려는 결정체”로 보고, 그 속에 숨겨진 상징의 원형을 찾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삼국유사>를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나침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펴냈다”며 “자료취합의 한계나 오류 등을 함께 짚어가며 <삼국유사>를 이해하는 유용한 자료집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이범교 옮김, 민족사, 전2권, 각권 2만5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2-23 오전 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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