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공동 대표 함주 현산 인각)는 2월 15일 ‘영축총림 방장추대’와 관련, 총림법에 충족되는 방장을 추대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선원수좌회는 성명서에서 “본사 주지 추천권 행사 등의 정치권력적인 면만 염두에 두고 방장을 선임한다면, 방장의 위상과 책무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며 “총림법에 명시된 20안거 이상 성만을 충족한 분을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수좌회는 또 “영축총림이 산중총회에서 종헌ㆍ종법에 저촉되는 분을 방장으로 추천할 경우, 대응단계를 높여가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영축총림 통도사는 오는 2월 28일 오후 1시 통도사 설법전에서 산중총회를 열고, 방장후보 선출을 논의한다.
다음은 전국선원수좌회의 성명서 전문
영축총림 방장추대에 대한 전국선원수좌회의 입장
총림의 방장은 수행자의 표상이자 사표로, 위로는 불조의 혜명을 잇고 아래로는 사부대중의 귀의처가 되어 납자의 공부를 점검, 지도하여 후학들에게 깨달음의 안목을 열어주고 종문의 법통을 세우는 가장 중요한 책무를 맡은 막중한 소임입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방장의 위상과 막중한 책무와는 거리가 먼 입장에서 ‘본사 주지 추천권 행사’ 등의 정치권력적인 면만 염두에 두고 방장을 선임한다면 이는 불조의 뜻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자, 사부대중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게다가 선문(禪門)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이 방장에 선임되는 것은 한국불교 최후의 보루인 선원의 수행전통을 무너뜨리는 커다란 이유가 될 것이며, 종문(宗門)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다 종국에는 총림의 존재 의미마저 상실토록 할 것이 분명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출가자가 진실하지 못하고 자기를 살피지 못하면 자신과 부처님을 속이며 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삶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에는 명예와 이권 등 욕망의 늪에 빠져 출가정신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온갖 비리와 병폐가 자라나 ‘나도 망하고 교단도 망할 수 있는’ 오염원이 되고, 불조(佛祖)와 시대대중과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수좌들이 언제나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실하게 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모두가 양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때 한국불교는 희망의 빛을 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과 정신에서, 영축총림 방장추대와 인연 있는 모든 대중들은 어떻게 해야 바른 견해인지를 깊이 생각해 올바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영축총림 방장선임과 관련해 전국선원수좌회는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一. 방장후보자를 선출하는 산중의 대중스님들은 부처님 법과 선종사와 종헌에 나타난 방장의 위상에 접근되고 총림법에 명시된 20안거 이상 성만이라는 최소한의 형식요건이라도 충족되는 분을 선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一. 승려법 제35조, 제36조에 명시된 안거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총림법에 저촉된 인물이 추대(선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一. 방장은 위에서 언급한 고유의 책무를 수행(遂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주지추천권 등 권력구조적인 면은 산중의 대덕스님들로 구성된 임회에서 승가정신에 입각해 원융하게 운영되게끔, 통치자적 입장이 아닌 총림의 최고 어른으로 조정자적 입장에 서도록 하는 개정된 총림법의 정신이 잘 살려지기를 기대합니다.
一. 만일에 산중총회에서 종헌․종법에 저촉되는 분을 방장으로 추천할 경우 중앙종회는 종헌 제105조와 총림법 제6조, 승려법 제35조 제36조 등 종헌․종법에 입각해 중앙종회의 권위와 고유권한에 흠결나지 않도록 방장추대권을 엄정하게 행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혹자들 가운데는 ‘전국선원 수좌회가 왜 남의 산중일에 관여하느냐’고 하는 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환경을 훼손하고 법을 어기는 지방자치단체에 전국의 환경단체가 시정을 요구하는 정당한 행위를 ‘왜 남의 지자체일에 간섭하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불교의 연기적 가치관에도 어긋나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영축총림은 상의상관적 관계 속에 있는 조계종의 총림이자 우리가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적 사찰인 불지종찰(佛之宗刹)입니다. 따라서 영축총림의 방장추대는 단순히 한 산중만의 사안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영축총림 방장 추대에 있어 선원 수좌들의 합리적 주장이 받아들여져 영축총림이 총림답게 유지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상과 같은 우리의 소박하고 정당한 주장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응단계를 높여가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엄중하게 거듭 천명하는 바입니다.
불기 2549(2005)년 2월 15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