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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작가로 추앙받는 보르헤스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가 젊은 시절부터 불교에 심취해 스페인과 중남미 독자들을 위한 불교 입문서를 집필했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지은이는 책에서 보르헤스가 그려내는 문학세계를 조망하는 한편, 그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불교적 세계관을 쉽고 평이한 문체로 설명한다.
‘시간’의 문제에 천착했던 보르헤스는 불교와 기독교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시간관의 상이함’에 있다고 파악한다. “예수의 삶과 죽음은 일회적이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붓다의 삶과 가르침은 역사적인 주기 때마다 반복되며, 고타마는 과거에서 미래로 끝없이 연결되는 거대한 흐름의 한 고리의 역할을 다하였다.”
또한 보르헤스는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 강연에서 “불교는 나에게 있어 구원의 길이었다”고 고백할 만큼 ‘시간’과 ‘깨달음’ ‘자아’ ‘윤회설’ 등 불교의 가르침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핵심적 정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보르헤스에게 불교는 단순히 신비한 이방문화가 아니라 바로 ‘구원의 길’이었으며, 작품 속에 나타난 비유들을 통해 그가 불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 <보르헤스 문학 전기>(김홍근 지음, 솔,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