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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문제의 본질과 향후대책
잘못된 관행부터 고쳐야 환경도 산다


밀양대학교 환경공학과 이병인 교수.
지율 스님의 단식을 통하여 천성산 문제는 현재의 화두가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단순한 지율 스님 개인에 대한 생명보존과 국책사업을 방해한다는 식의 의미로서 천성산 문제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천성산 문제의 본질은 지율 스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오늘날 한국불교계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개발위주의 잘못된 관행을 묵인해주는 사회의 큰 흐름 속에서 살아왔다.

천성산 문제나 새만금 문제의 핵심은 국책사업으로 지금까지 소요된 예산과 경제적 효과가 아니라, 원초적으로 잘못된 정치적 결정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것에 있다. 개발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 그로 인한 부작용과 원천적인 문제점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또한 형식적인 재검토과정에서도 대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대안 검토가 원천적으로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더욱 갑갑한 것은 이와 같은 개발당시의 문제점과 논리가 아직까지도 관성의 법칙으로 묵인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환경친화적이라는 미명아래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나, 여기에도 개발논리만 있지 환경에 대한 배려는 없다. 어설픈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요건으로 되어가고 있으며, 환경업무를 전담하는 환경부는 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있다. 이번 지율 스님의 단식에서도 환경부는 없었다.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환경부는 없었고, 개발부서인 건교부만 있었다. 침묵하는 환경부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개발논리만을 내세우는 정부와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어려운 싸움이었고, 그 과정에서 지율 스님이 가야 할 길은 항시 마지막 길이었다.

이제부터라도 불교계에서는 지율 스님이 이룬 힘겨운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 새만금과 북한산에서 보여준 수경 스님의 삼보일배와 지율 스님의 단식은 불교계와 우리사회 전체가 이어가야 할 시대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교계는 환경문제에 관한 한 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불교적 장점을 바탕으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천성산 문제의 해법은 이제부터이다.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합리적 과정에 의한 적절한 대책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불교계 내부에서도 잘못된 관행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정부당국에 대한 무비판적인 동조가 있었다는 내부적인 자성이 있었다. 불교의 친환경적 가르침과 생활양식을 잘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나갈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불교계가 국책사업 덜미를 잡았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천성산 문제의 앞날은 환경문제에 대한 불교계의 역할과 활동에 달려있다고 볼 수가 있다.자성과 참회, 교계의 전문화 및 체계화, 내부교육과 홍보, 불교환경가르침의 생활화 등이 지금의 이 시점에서 다시 정립ㆍ실천되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추진하는 불교환경의제21사업은 현실 속에서 생활화하고, 다시 실제적으로 강화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천성산에 대한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도 책임을 갖고 일시적이 아닌 보다 체계적ㆍ조직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그동안 종단이나 교계의 대응은 분명히 현안중심의 일회성 대응이었다고 볼 수가 있다. 정치적인 부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다보니 결국 지율 스님 혼자만의 일로 남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교계내의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모두의 관심사, 모두의 일이어야 한다.
천성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이후의 조치는 지난 재검토위원회와 같이 형식적인 검토가 아니어야 한다. 실질적인 협의와 검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계내의 총력을 모아 다음과 같은 점을 이루어야 한다.

첫째는 환경영향조사를 위한 전문가그룹 확보 및 검토이다. 그동안의 재검토위원회는 정말 형식적인 위원회로서 제대로 된 검토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볼 수가 있다. 단기간에 걸친 조사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신있는 위원들의 집중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천성산에 대한 사후환경관리방안 및 그를 위한 기초 자료 확보이다. 이전의 공동조사를 통하여 확보한 자료는 이후 진행될 천성산 개발에 대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공동조사에 의하여 문제점이 확인되어 천성산을 관통하지 않은 대안노선이 확정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셋째는 천성산 백서 등 천성산 관련 자료들을 자료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잘못된 정부와 사회의 개발논리를 확인하고, 천성산의 생명존중과 사랑에 대한 환경보존에 관한 논리를 체계적으로 정립ㆍ홍보하여 이 시대에 드러내고, 장려하는 일이다.

넷째는 천성산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일이다.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될 공동조사를 위한 기초 자료 확보와 지속적인 여론화과정으로서도 중요하다. 월1회 이상 교계내의 주요 단체(총무원/정토회/환경단체 등)의 주도로 천성산의 중요 현안에 대한 정기적인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야 한다.

다섯째는 지율 스님에 대한 지속적인 상징성을 홍보하고, 일반인들에 대한 이해를 장려하여야 한다. 이점은 특히 불교환경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특성화(정토회/종단/비구니회/환경단체/대학 등)하여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상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장려하여야 한다.

종단차원에서도 지율 스님을 활용하여 불교적 장점을 살리는 환경활동에 대한 지원을 적극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
천성산 문제는 이 시대 불교계의 역량과 책임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이자, 지표가 되고 있다. 부디 사부대중의 노력에 의하여 불교계가 이 시대의 충실한 지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이병인(밀양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2005-02-14 오후 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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