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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할 때는 꼭 할머니들께 여쭤보고 하세요. 2층 법당은 구석구석 잘 닦아야 해요.”
2월 5일 경기도 광주시에 자리 잡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 ‘나눔의 집(원장 원행)’에서 열린 ‘자원봉사 캠프’. 보조교사 목정하(30)씨의 인솔로 2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나눔의 집’ 이곳저곳을 비질하고 치우느라 부산하다.
그런데 이 학생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유창하지만 어딘가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는 일본인 자원봉사자들과 전북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고 있다는 미국인 레이첼(한국명 권수연ㆍ30)이 그들이다.
이 중 일본 정토진종 승적을 가진 오시우미 타테모리 스님은 ‘나눔의 집’ 내에서는 일본 이름 대신 ‘봉수’라는 한국 이름만 쓸 정도로 ‘한국사랑’이 깊다. 성균관대 어학당에 다니고 있는 봉수 스님은 평소 “스님 행세를 하고 싶지 않다”며 합장반배도 마다하지만 아침에는 꼭 법당에서 할머니들을 위해 기도드린다.
할머니들을 이해하고 싶어 한국말 단어 카드를 들고 다니는 레이첼은 ‘나눔의 집’ 내에 있는 위안부 역사관에서 할머니들이 심리치료 요법 중의 하나로 그린 그림에 큰 감동을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계속 할머니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절반 정도만 성공한 상태다.
이렇게 오랜 기간 머무르고 있는 외국 자원봉사자들이나 이틀 머무르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전쟁의 아픔을 공감하고, 역사의식에 대한 토론을 한 학생들이나 ‘나눔의 집’을 체험하고 난 이후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이 곳에 오겠습니다. 역사를 바로 알리는 것은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