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에 해는 긴데 이르는 사람 없고/ 아직 남은 봄에 꽃은 반쯤 떨어졌네/ 한 번 백학이 날으니 천년동안 고요하고/ 솔솔 부는 솔바람 붉은 노을을 보내네.'(서옹 스님 열반송)
우리 시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꼽혔던 서옹 대종사. 2003년 12월 장성 백양사에서 좌탈입적(앉은 자세로 열반에 드는 것)한 서옹 큰스님의 추모문집이 출간됐다.
고불총림 백양사에서 펴낸 <참사람의 향기>는 스님이 말년에 중생제도의 서원으로 펼쳤던 `참사람 운동'에 관한 의견을 주로 담은 법문과 인터뷰, 평전 등을 정리해 엮었다.
1998년부터 대중들을 대상으로 `무위진인(無位眞人) 참사람 운동'을 전개한 서옹 스님의 사상이 배어있는 이 책에는 스님이 맨 처음 깨달음을 얻은 오도송에서부터 열반송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저술과 법문, 대담 등 총 5장, 52편이 실려있다.
문집에는 스님이 생활 속 선수행의 가르침에서부터 노장, 실존철학, 현대철학, 과학문명, 현대문명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포함돼 있다. 스님의 법문은 서양의 실존 철학과 동양의 선사상을 비교,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1998년 8월 백양사에서 개최한 `국제무차선회' 직후 가진 특별대담과 인터뷰 기사를 통해 스님은 “중국은 선의 전통이 없어진 지 오래고 일본은 지나치게 학문화돼 있다”며 “선불교의 진수를 간직하고 있는 한국 선만이 인류에게 마음의 평화와 인생의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다”고 주장, 참사람 운동에 집중한 이유를 밝혔다. 무차선회는 계급·승속·남녀 구별없이 누구에게나 진리를 설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국내외 선지식뿐 아니라 선학자와 선승들이 대거 참여, 한국 조사선의 전통을 과시한 행사로 기록되고 있다.
1912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 스님은 1932년 백양사 만암대종사 문하에서 득도 수계했다. 중앙불교전문학교와 일본 경도임제대학을 졸업했으며 동국대 대학선원장, 무문관, 동화사, 백양사, 봉암사 선원 조실을 역임했다. 1974년에는 조계종 제5대 종정에 추대됐으며 1996년 백양사 방장으로 주석하다 2003년 12월 입적했다. 저서로 <선과 현대문명> <절대현재의 참사람> <절대 참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