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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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닭의 해, '꼬끼오~' 깨침의 한해를

머리는 희지만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髮白非心白
옛 사람 일찍이 말했거니 古人曾漏洩
닭 우는 소리 듣는 찰나 今聽一聲鷄
장부의 할 일 다 마쳤네. 丈夫能事畢

“차라리 평생 바보가 될지언정 다시 문자법사는 되지 않겠다”며 용맹정진 중이던 휴정 스님(서산대사)이 23세 되던 해 역성촌을 지나다 닭이 홰를 치며 우는 소리를 듣고 활연히 마음자리를 깨닫고 지은 오도송이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어둠을 몰아내고 광명을 부르는 닭은 선가(禪家)에서 깨침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벽암록> 제16칙에는 줄탁동시( 啄同時) 이야기가 등장한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나올 때가 돼서 안에서 쪼아대고, 밖에서 어미닭도 함께 쪼아줄 때 껍질이 깨지고 병아리가 살아나올 수 있음을 뜻하는 말.

어느 수행자가 경청 스님(鏡淸, 868~936)에게 말했다. “저는 껍질을 깨고 나가려는 병아리와 같습니다. 화상께서 밖에서 껍질을 깨뜨려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살아나올 수 있겠는가.” “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스님께서는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이를 들은 경청 스님은 “역시 멍청한 놈이구나”라고 꾸짖는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줄탁동시는 인연이 성숙했을 때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지 병아리가 E7촉한다고 될 일응?아니다. 너무 일찍 나오게 되면 병아리는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수행자를 알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에, 이를 도와주는 스승을 어미닭에 비유한 것이 적확하기 이를 데 없다.

어미닭이 알을 품을 때의 지극한 정성과 인내는 마음 챙김의 자세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선가귀감>은 “참구하는 공안에 대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기를 마치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이”하면 “반드시 꿰뚫는다”고 적고 있다.

닭은 예로부터 인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었던 만큼 부처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경>에도 빠지지 않는다. 어느 도시에 수행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수탉 소리를 듣고 아침에 일어나곤 했다. 어느 날 수탉이 죽자 이들은 기상 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스승의 꾸지람을 들었다. 그래서 묘지 숲에서 닭 한 마리를 데려다 길렀다.

하지만 한밤중에 장사지내는 불빛 때문에 밤과 낮을 구별하지 못했던 이 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댔고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닭에 얽힌 이야기는 천불천탑의 전설이 서린 운주사에도 전해진다. 우리나라 지형을 배의 형상으로 생각한 도선 스님은 동쪽에 산이 많아 그냥 놔두면 일본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신통력으로 천상의 석공을 불러 배 형상의 구심점인 화순에 천개의 석탑과 석불을 조성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려 하면 신통력으로 다시 해를 잡아 당겨 작업을 계속 했다. 그런데 동자승 하나가 밤새 계속된 일에 지쳐 숨어서 닭 우는 소리를 냈고, 순간 석공들은 마지막 석불을 세우지 않은 채 아침이 온 줄 알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그래서 운주사의 와불 한 쌍은 누워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거짓 닭 울음소리가 아니었다면 어찌 됐을까.


꼬끼오, 우렁찬 닭 울음소리에 깜짝 놀란 햇님이 기지개를 펴면 온 세상은 광명으로 밝혀진다. 그래서일까? 우리네 설화나 전설을 듣다보면 잡귀들이 결정적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순간 닭 울음소리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닭을 벽사초복( 邪招福·사악함을 물리치고 복을 부름)의 가금으로 귀중히 여겨 정초에 대문이나 집안에 닭 그림을 붙여 놓고 새해를 축하하고 행운을 기원했다. 닭은 또 12지신 중 유일하게 날개 달린 동물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던 전령으로 여겼다. 수탉의 볏은 예부터 벽사를 상징한 붉은 색이어서 숭상했으며, 암탉은 왕성한 다산성 때문에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특히 사랑받았다.
그 옛날 자명종이 없을 때 수탉은 우리에게 시간을 알려줬다. 암탉은 알을 낳고 부화시켜 병아리를 생산해 우리네 살림살이에 큰 보탬을 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혼례를 치를 때도 닭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푸른 천에 싸인 수탉은 희망찬 출발의 의미로 푸른 천에 싸인 암탉은 다산을 의미했다.

이런 이미지 탓인지 조상들은 닭 꿈을 길몽으로 여겼다. 꿈속에서 닭은 관직, 재물, 훌륭한 인재 등을 상징한다. 훌륭한 인재 중에는 닭 꿈을 태몽으로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 작곡가 홍난파, 서경덕 등이 그에 해당한다. 십이지 중 열번째인 닭은 방향으로는 서쪽을 나타내는 방위신이며 불교에서는 보현보살로 표현되기도 한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 을유년(乙酉年) 불교사
의상 대사 탄생·무학 대사 입적


▶ 385년(백제 침류왕 2년): 2월 한산(漢山)에 절을 세우고 10인을 출가시킴
▶ 565년(신라 진흥왕 26년): 진(陳)나라 입학승 명관이 경론 1,700여권을 신라에 들여옴
▶ 625년(신라 진평왕 47년): 신라 의상대사 출생, 5월 고구려 고승 혜관(惠灌)이 일본에 건너가 삼론(三論)을 강설하고 비(雨)오기를 기원함
▶ 685년(신라 신문왕 6년): 3월 봉선사 창건, 4월 봉덕사 창건
▶ 829년(신라 흥덕왕 4년): 증각대사(證覺大師) 홍척(洪陟)의 실상사 창건
▶ 865년(신라 경문왕 5년): 화엄대덕(華嚴大德) 결언(決言)이 해인사에서 5일간 경을 강의, 1월 도피안사 철조 불상 주성(鑄成)
▶ 985년(고려 성종 4년): 10월 집을 버리고 절로 만드는 것을 금지
▶ 1105년(고려): 12월 현화사 덕창(德昌)을 왕사(王師)로 삼음
▶ 1225년(고려 고종 12년): 9월 17일 건원사 준공, 10월 19일 구정에서 승려 3만을 공양, 12월 최충이 왕륜사를 수리케 함
▶ 1405년(조선 태종 5년): 3월 사간원(司諫院), 담선회(談禪會)의 폐지를 왕에게 건의하였으나 이를 수락하지 않음, 8월 절을 없애고 토지와 노비를 관공(官公)에 귀속시킴, 9월 11일 무학대사 금강산 금장사에서 입적
1465년(조선 세조 11년): 2월 오대산 상원사 중수에 착수, 4월 7일 원각사 준공을 경축해 승려 2만을 공양함, 3월4일 간경도감에서 <원각경언해>10권을 조판(雕板) 간행
▶ 1765년(조선 영조 41년): 6월 10일 낙암사신(洛庵思信) 입적
▶ 1885년(조선 고종 22년): 10월 21일 혜암 최현문 출생, 12월 수성근헌(壽星謹憲) 및 원암득원(圓菴得圓) 입적
▶ 1945년: 8월 18일 조선불교혁신분비대회결성, 8월 20일 전국승려대회 준비위원회 설립, 9월 22~23일 사찰령 및 태고사법 폐지, 조선불교교헌 제정, 조선불교 중앙총무원 조직, 각 도교무원 설치, 교구제(13교구) 실시 등 결의, 10월9일 군정법령에서 신앙을 이유로 차별을 발생케 하는 조령 및 명령은 전부 폐지 규정, 11월 31본말사에 광복사업협조비 1억 8천749만원 배당, 12월 26일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창립, 12월 종교연합회 신탁통치 반대시위, 불교청년당 결성으로 교도제 실시요구, 독립 촉성을 목표로 5대종교연합회결성, 조선불교 중앙총무원 총회 개최, 전쟁동포 구제 및 정치활동을 목표로 조선불교청년동맹 삼일당(三一黨) 결성.
박익순/노병철 기자 |
2005-02-08 오전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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