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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 보현정사는 설날을 앞두고 노인 3천명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펼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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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일주일 앞둔 2월 3일, 남도땅 목포에서 경로잔치가 열렸다.
흔한 동네잔치가 아니라 목포시내 26개 동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초대형 잔치였다.
목포 KBS 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잔치에는 무려 3000여명의 어르신이 모였다. 자원봉사 버스 10여대가 목포시내를 오가며 노인들을 모셨다.
대형 잔치마당을 차려놓고 노인들을 초청한 이는 보현정사 정각 스님(법륜종 종정). 스님은 30여년전 목포에서 작은 암자로 시작해 거대한 가람을 일궜다. “이제는 목포 시민에게 회향하고 싶다”는 뜻이 경로잔치로 실현됐다.
식전행사에서 정각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닭의 해로 금 닭에 비유되는 좋은 해이다”며 “닭처럼 활기차고 건안한 새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배용태 목포시장 권한대행도 “효는 백가지 행실의 근본으로 불교계에서 즐거운 자리를 마련해 주어 감사하다며 부처님의 자비가 항상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연예인 공연이 시작되면서 체육관은 서서히 달아올랐다.
보현정사 가릉빈가 합창단의 음성공양을 시작으로 승무, 북춤, 대금산조, 판소리에 이르기까지 우리음악이 펼쳐졌다.
이어 2부에서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방송국 ‘노래자랑’의 대명사격인 송해 씨가 사회를 맡았다. 인기 가수이자 포교사로 알려진 남강수, 송춘희 법사의 무대에 이어 목포가 낳은 가요계 거목 남진 씨가 등장하자 체육관은 떠나갈 듯 했다. ‘미워도 다시한번’ ‘가슴 아프게’ ‘님과 함께’ 등 국민가요가 되어버린 남진 씨의 애창곡이 끊이지 않았다.
목포 대성동 복지회관에서 동료들과 함께 온 강동심(76) 할머니는 “가수들이 직접 나오는 잔치는 처음이다”며 “불교는 믿지 않지만 스님이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흥겨운 무대는 어르신들도 어깨춤을 절로 추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했다. 자연스럽게 무대 아래에 어르신들의 작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용해동에 사는 김성길(80세) 할아버지도 “말로만 노인들 위한다면서 변변한 놀이하나 없던 차에 오늘은 좋은 나들이였다”며 “이런 공연이 자주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노인들과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정각 스님은 “어르신들도 몸과 마음은 항상 청춘임을 느꼈다”며 “경로잔치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복지시설을 건립해 어르신들의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처님의 자비를 지역민에게 회향하겠다”고 강조하는 정각 스님은 지난달 목포 시내에 무료노인 급식소를 개설한바 있다. 요즘은 복지법인 영산 정각원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목포시가 들썩거린 ‘설맞이 어르신을 위한 큰 잔치’는 이렇듯 더욱 큰 원을 세우며 회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