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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방송모니터회(회장 김재일)와 사찰생태연구소는 ‘지율 스님 단식 중단과 부처님의 두 가지 비유’를 통해 지율 스님 단식 중단을 호소하는 입장을 2월 2일 밝혔다.
다음은 전문.
지율 스님 단식 중단과 부처님의 두 가지 비유
지율 스님의 생명을 건 단식이 오늘로 100일째입니다.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는 가운데 스님의 단식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스님의 육신은 스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습! ! 니다. 삶을 포기하고 자진(自盡)을 기다리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내 목숨이 사그라지는 듯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가장 현명하고 시급한 일은 우선 단식을 중단시키는 일입니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이지만, 그에 앞서 어떤 방법으로든 단식을 중단시켜서 스님을 사경으로부터 살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스님의 불퇴전의 의지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자진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아픔도 헤아려야 합니다. ‘생명’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지금 주변 분위기는 ‘단식 중단’을 부탁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습니다. 촛불시위, 참회기도, 항의서명, 대 청와대 호소... 이와 같은 비중으로 <단식 중단>도 함께 호소하여야 합니다. '단식 중단'을 '천성산 포기'라고 왜곡선동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그동안 합리적인 대안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책임과 함께 무책임한 생태아나키즘으로 스님을 사경으로 몰아넣은 데 대해서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기도는 ‘단식 중단’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라도 스님을 사경에서 구해내야 합니다.
<아함경>은 전혀 각색되거나 미화되지 않은 불교의 초기경전입니다. 그 <아함경>에는 여러 분도 잘 아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비유가 있습니다. 지율 스님의 경각에 달린 단식 중단을 간곡히 부탁드리며,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 거문고 이야기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소오나 존자는 쉬지 않고 선정(禪定)을 닦던 중 의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 아직도 번뇌를 다 끊지 못했다. 애를 써도 이루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집에 돌아가 보시를 행하면서 복을 짓는 편이 낫지 않을까 ? '
이때 부처님은 소오나의 마음을 살펴 보시고는 소오나 비구를 불러 말씀하셨다.
"소오나야, 너는 세속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다지 ? "
"네 그렇습니다."
"네가 거문고를 탈 때 만약 그 줄을 너무 조이면 어떻드냐 ? "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
"줄을 너무 늦추었을 때는 또 어떻드냐 ? "
"그래도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거나 조이지 않고 알맞게 잘 고루어야만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납니다. "
"그렇다. 너의 공부도 그와 같다. 정진을 할 때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슨하면 게으르게 된다. 그러므로 알맞게 하여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아라."
소오나는 이때부터 항상 거문고 타는 비유를 생각하면서 정진하여 오래지 않아 아라한(阿羅漢)이 되었습니다. (잡아함 이십억이경)
이와 같습니다. 스님, 자진에 이르도록 목숨줄을 조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스님, 부디 줄을 늦추십시오.
* 독화살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말룽카 존자는 선정보다는 줄곧 형이상학적 자기 물음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는 부처님을 찾아가 ‘세계의 영원성’ 등등 형이상학적 물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교단을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을 때, 그 친족들은 의사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되오. 나는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겠소. 그리고 그 활이 뽕나무로 되어 있는지, 물푸레 나무로 되어 있는지, 알아야겠소. 그걸 알기 전까지는 이 화살을 뽑지 않겠소'하고 말한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 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말룽카를 비롯하여 여러 비구들이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였습니다.(중아함 전유경)
이와 같습니다. 스님, 이제 화살을 뽑으셔야 합니다.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는 화살을 뽑지 않겠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스님이 살아서 할 일이지, 자진 후에 할 일은 아닙니다. 스님, 부디 화살을 뽑으십시오
김재일 (조계종 환경위원/사찰생태연구소 대표/두레생태기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