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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100일째 지율 스님, "생명을 부르짖다"
"생명외침 외면하는 정부, 야만국가 되려나"

"지율스님 살아서 우리 곁에 머물러 주세요." 정토회관에서 불자들이 지율스님의 건강을 발원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우리 사회에 ‘생명’을 얘기하기 위해 곡기를 끊은 지 2월 3일로 100일이다. 환경부의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 약속파기에 항의해 거리에 다시 나선 것이 벌써 해를 넘겼다.

일반인이라면 벌써 생을 마감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지율 스님은 100일 동안이나 굶어가며 세상을 향해 ‘생명’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국책 사업’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부=단식 99일째이던 2월 2일까지도 정부는 ‘국책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해찬 총리,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은 “지율 스님의 단식이 안타깝긴 하지만, 국책 사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잘못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책 사업은 물론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과감하게 수정하고 폐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법원의 새만금 사업 조정권고안의 경우는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천성산 터널 공사도 과감하게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찬 총리 스스로도 국책사업 중 대표적 실패사례로 경부고속철도사업을 꼽지 않았던가? 그러면서도 “터널은 뚫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지율 스님의 단식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다시 한번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단식의 가장 큰 원인은 천성산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으니,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습지와 동식물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산지기’로서 이런 일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두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들의 약속파기다. 2002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경부고속철도가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는 것을 반대하며, 이에 따라 새로운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지율 스님이 부산시청 앞에서 시작한 1차 단식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2차, 3차 단식역시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믿음을 못주는 행동에 기인한다.



“지율 스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단식 100일에 접어든 지율 스님의 건강 상태는 한마디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혈압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식 70일을 넘긴 스님을 만났던 한 한의사는 “스님 몸은 이미 죽었다”고 진단할 정도였다.
잠시 행방을 감췄다 1월 30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지율 스님은 정토회관 염화실에서 누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거동하기도 힘든 상황이며, 한때 정신을 잃기까지 했다. 얼마 전 정토회관에서 스님을 만난 동생 조경자씨는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스님 곁을 떠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스님 곁을 지키고 있는 법륜 스님을 비롯한 정토회 실무자들도 “스님이 단식을 회향한다고 해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모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며 “어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율 스님의 뜻에 따라 여법하게 스님 곁을 지킬 것”이라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불교계 내외에서 천성산과 지율 스님을 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가=지율 스님은 더 이상 ‘조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말해왔던 만큼 더 이상의 부연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양보하고 양보한 ‘발파중단, 3개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들의 의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월 2일 지율 스님을 찾은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공사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해찬 총리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적으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강조할 뿐이다.

2월 2일 정토회관을 찾아온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허준영 경찰청장 등을 본 정토회의 한 실무자는 “주무부서의 장관들이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스님의 건강이나 염려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국자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민들의 생각 역시 다르지 않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2월 2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천성산 문제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납득할 만한 재조사가 이루어지는 것뿐”이라며 정부 당국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2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 역시 “모든 생명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당국의 결단뿐이다.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이 말한 대로 환경문제로 한 수행자를 100일 동안 단식하게 한 문명국가는 없었다.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가 그 첫 번째 야만국가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유철주 기자 | ycj@buddhapia.com
2005-02-03 오전 1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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