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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오전 단식 99일째를 맞고 있는 지율 스님을 위로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천성산 문제에 대한 정부당국의 태도를 비난하고, 지율스님의 단식 회향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법장 스님은 담화문에서 “국민 여러분의 안타까운 마음과 한가지로 불교계 역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히고 “지율 스님의 단식 고행을 계기로 생명살림의 참뜻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당국을 향해 “일방적으로 시공사에 유리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이미 다 마쳤다는 얘기로 일관하면서 국책사업이니 얼마간 중단하면 수백억이 손실이라느니, 불교계에서 발목 잡았다느니 하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태도”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지율 스님을 향해서도 “지율 스님의 뜻을 국민과 더불어 종단이 풀어나가려 하니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출가본분을 살펴 국민과 불자들의 염려를 풀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담화문 전문.
<담 화 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불자 여러분!
한 수행자가 목숨을 걸고 자연과 생명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안타까운 마음과 한가지로 불교계 역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율 스님의 단식 고행을 계기로 생명살림의 참뜻을 새겨야 하겠습니다.
“내가 죽어가는 것을 보지 말고 산과 물이 스러짐을 보아달라”는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생명의 고귀함마저 내던진 진실한 울림에 화답하는 작은 실천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정부 당국자 여러분!
우리 종단은 천성산 터널을 관통 여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세상에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는 점을 강력히 천명하고자 합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 잘살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터널공사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율스님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경제성과 개발이란 명분으로 한낱 작은 생명이라 하여 짓밟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지율스님의 주장은 내 집, 내 땅 아래로 터널을 뚫으려는 것에 대해서 정확한 사전조사를 통하여 내 땅에 있는 나무가 죽지나 않나, 내 집이 쓰러질 염려는 없는가 검토 후에 하자는 것밖에 그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공사에 유리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이미 다 마쳤다는 얘기로 일관하면서 국책사업이니 얼마간 중단하면 수백억이 손실이라느니, 불교계에서 발목 잡았다느니 하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천성산 문제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납득할 만한 재조사가 이루어지는 것뿐입니다. 만약 객관적으로 재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 우리 종단은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며, 지율스님도 이미 수용할 것을 천명한 상태입니다.
우리 종단과 국민 대다수는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개발정책의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매달리는 사람이 지율스님을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지율 스님! 이제 단식을 중단하여 주십시오.
스님의 정진을 통하여 온 세계가 생명살림의 귀중한 교훈을 배웠습니다. 스님의 단식은 정부나 시공사 등 공사주체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게 하는 순수함의 발로라는 점도 또한 국민과 종도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종단이나 국민 모두는 스님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논의했으며,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제 스님의 뜻을 국민과 더불어 종단이 풀어나가려 하니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출가본분을 살펴 국민과 불자들의 염려를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불자 여러분!
우리는 모두가 지율스님의 단식정진을 통해 생명과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과 혜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뒤늦게나마 나와 이웃 그리고 뭇 생명이 결코 나와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이 사회적 울림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 진원지였던 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한 사회적 공명이 필요합니다.
이번 지율 스님의 노력이 어느 누구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소중한 생명을 버리거나 빼앗기지 않는 결과로 남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다시 공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종도와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협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불기 2549(2005)년 2월 2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