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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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와 불교의 관계는?"
악기와 내용 등에 불교적 전통이 남아있어


수덕사에서 비나리를 부르는 이광수 선생


전 세계 수십 여 국가에서 2천 여 차례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김덕수 사물놀이패. 우리나라 전통의 풍물굿을 현대적인 공연예술로 승화시킨 ‘사물놀이’는 무용음악, 재즈, 동서양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세계속의 한국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나리 공연.
특히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지난 1월 21일 하와이 무량사 30주년 및 한인노인요양원 건립 축하 기념공연에서 내외국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사찰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빠짐없이 초청돼 불자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그렇다면 사물놀이와 불교는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염불가락이 풍물에 남아있는 것이나 성덕대왕 신종에 자그마한 장구 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 등을 떠올리면 특정한 연결의 고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물놀이의 악기와 노래가사, 그리고 복식문화에 드러난 불교의 흔적을 살펴본다.


불전사물의 또다른 형태, ‘사물’

사찰에는 아침저녁으로 불전사물(佛傳四物)의 법음이 울려퍼진다. 들짐승을 일깨우는 법고, 날짐승을 제도하는 운판, 수중생물을 깨우치는 목어, 중생들을 법의 세계로 인도하는 범종 등은 원음(圓音)의 소리로 뭇생명들의 마음을 울려 불법의 진리를 전한다.

사물놀이의 ‘사물’이란 어휘는 불음을 전파하는 사물에서 차용한 것이다. 사물놀이에 쓰이는 네 가지 악기는 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 등으로, 법현 스님(동국대 국악과 교수)은 “이들 네 악기는 불전사물과 형태나 소리는 다르지만 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악기의 특성상 금속성 악기인 꽹과리는 하늘로 뿜어져 올라가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하늘을 상징한다. 무겁고 깊은 소리를 내는 북과 장구는 가죽으로 만든 악기로 땅을 나타낸다. 이를 인간이 다루고 조화시켜 하나의 조화된 경지를 이루는 것은, 불전사물을 두드리면서 생명을 제도시키는 불가의 전통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



삼도농악놀이를 연주중인 김덕수사물놀이패.


사물놀이 노래에 경전 내용 그대로 담겨

사물놀이는 ‘비나리’로 시작한다. 비나리는 사물(四物)의 가락 위에 축원과 고사덕담의 내용을 담은 노래를 얹어 부르는 것으로, 사물놀이 마당은 ‘관람객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시작하면서 그 막을 올린다.

그렇다면 비나리와 불교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김동원 교수(원광대지털대학교 전통타악연희과)는 “비나리 가사는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은중경>은 효를 강조한 경전으로 유교적 전통이 대세였던 조선 시대 당시 일반에 널리 알려진 부처님 가르침이다.

이 같은 경전내용은 절에서 재를 올릴 때 두루 독송되면서 민간에 퍼졌고, 대중들에게 익숙한 민요 선율에 얹어지면서 ‘회심곡’이라는 노래로 급속히 대중화됐다. <부모은중경>외에도 대중에게 널리 보급된 경전들이 비나리에 녹아든 경우는 다양하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진철승 씨는 “충청도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천수경> 등의 경전이 비나리에 흡수된 흔적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그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절이 중창될 때면 사당패를 앞세운 걸립승(乞粒僧)들이 회심곡을 빠르게 소화한 비나리를 읊으며 고사염불을 담당했다. 이들의 유희로 인해 한바탕 대동의 장이 펼쳐지는 가운데 불사를 위한 기금이 조성되기도 했다.



복식문화도 불교와 무관하지 않다.

법현 스님은 “조선시대 이전에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 반드시 고깔을 써야 했다”며 “현재 풍물패들이 쓰는 고깔은 불교적 전통의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풍물패 고깔 끝에는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지화(紙花ㆍ종이로 만든 꽃을 꽃)를 만들어 꽂는데, 이 역시 불교와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사실 가운데 하나다. 이밖에도 풍물패가 두르는 삼색띠 역시 스님들이 가사 장삼을 수하는 전통에서 파생됐다고 전해진다.


판굿을 벌이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사물놀이란
1978년 김용배(쇠), 김덕수(장구), 최태현(북), 이종대(징) 등 젊은 타악 국악인 4명이 네 가지 악기로 선보인 새로운 공연예술장르. 풍물굿을 모태로 만들어 졌으나 △마당이 아닌 무대 위에서 △10~15분 연주 시간과 4~6명 정도의 일정 인원을 두고 △반복되는 가락에 의지하기보다는 기교화된 가락과 기량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풍물굿과 차이가 있다.

사물놀이 초기에는 각 지방 풍물굿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정리하는데 그쳤으나, 점차로 비나리/삼도설장구/삼도농악/판굿의 4가지 연주곡목으로 간소화됐다. 비나리는 축원과 고사덕담의 내용을 담은 노래로, 비나리가 시작되면서 공연무대가 열린다. 삼도 설장구 가락은 호남ㆍ영남ㆍ경기-충청의 장구 명인들의 가락을 한데 모아 새롭게 짠 것으로, 뛰어난 장고잽이가 독주를 하던 풍물굿과는 달리 연주자 전원이 독특한 가락과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삼도농악은 각 악기의 개성과 조화가 두드러지는 ‘사물놀이의 꽃’으로, 영남ㆍ호남ㆍ중부 지역에서 연행하던 농악가락 중 중요한 가락들을 모아 하나의 연주곡으로 만들었다. 삼도설장고가락과 삼도농악가락이 앉아서 연주하면서 음악적 요소를 극대화했다면, 판굿은 상모를 돌리며 여러 가지 대형을 연출하는 등 춤의 시각적 효과가 강한 사물놀이 레파토리다.
강신재 기자 | thatiswhy@buddhapia.com
2005-02-02 오후 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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