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4 (음)
> 종합
월정사 단기출가생, 영하 40도속 ‘삼보일배’
월정사 제3기 단기출가학교생


체감온도 영하 40도에도 불구하고 삼보일배를 강행하는 단기출가학교생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된 2월 1일, 평창 월정사(주지 정념) 제3기 단기출가학교생 80여명은 삼보일배를 했다. 영하 20도, 체감온도 영하 40도의 날씨도 단기출가학교생들의 구도에 대한 의지는 꺾지 못했다.

다음은 같이 삼보일배를 했던 월정사 교무 동은 스님의 체험담이다.

호남지역에선 대설경보가 내려졌고 30여개 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으며 대관령의 수은주는 영하 20도를 가리켰고, 강풍으로 인한 영서지역의 체감온도가 영하40도 정도였다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오늘, 몇 년 만에 불어 닥친 살을 에는 모진 칼바람 속에서 오대산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한국불교사에서 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제3기생 71명과 대중스님들, 그리고 일반인 동참자등 80여명이 삼보일배를 봉행했다.

지금까지 가끔 신심 있는 불자들이 개인적으로나 몇몇이 모여 월정사나 혹은 상원사에서부터 적멸보궁까지 삼보일배를 한 적은 있으나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대중이 한꺼번에 하기는 처음인 것이다.

월정사에서 10시 반에 이른 점심공양을 한 다음 11시5분 버스를 타고 상원사까지 이동하여 문수전에서 간단하게 입재식을 마쳤다. 그리고 마당에서부터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살을 에는 칼바람도 단기출가학교생들의 구도열정을 꺽지는 못했다.


삭발식날 일주문에서 전나무 숲길을 따라 적광전까지 하는 삼보일배는 단기출가생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매서운 추위로 유명한 이곳 오대산에서 적멸보궁까지의 삼보일배는 단기출가생들은 물론 스님들도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대산은 오만 불보살이 상주하는 문수도량이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한국 최고의 기도도량이기에 사리신앙의 발상지인 이곳에서 삼보일배를 하는 공덕이 얼마나 수승한지를 이해시켜 오늘 드디어 역사적인(?) 첫 삼보일배를 하게 된 것이었다.

삼보일배를 강력하게 주장한 내가 제일 앞에 서고 그 뒤를 남행자 반장인 명법행자와 젊은 행자들이 따랐으며 단기출가학교 소임자 스님들과 학생행자, 여행자 그리고 몸이 불편한 행자들은 뒤쪽에서 행렬에 동참했다.

가파른 언덕길과 계단, 그리고 미끄러
비탈길을 올라가도 있는 단기출가학교생들.
운 얼음 위를 지나면 또다시 이어지는 돌부리길….
출발 후 약 10여분은 경사가 가파르고 산길 삼보일배에 익숙지 않아 다들 힘에 겨워 숨을 헐떡거렸으나 곧 안정적인 자세와 우렁찬 목소리로 정근을 하며 삼보일배를 계속하였다.

양말도 두 켤레를 껴 신었고 목도리에 털모자까지, 갖출 것은 모두 했지만 살 속으로 파고드는 송곳바람은 차라리 땅에 엎드려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하단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12시 40분경 중대 사자암에 도착하니 2기 남행자 반장을 역임한 자각 거사님과 자원봉사자들이 따끈한 마가목차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감각조차 없어진 손과 발을 동동 구르며 잠시 차 한 잔을 마신 후 다시 가파른 계단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갔다. 가끔 하산하는 불자들과 등산객들이 이 진귀한 모습을 보며 합장하고 길을 비켜선 채 예를 표했다.

보름 전 오대산에는 약 1m의 눈이 왔었는데 어젯밤에 다시 눈이 제법 내려 길은 오히려 푹신한 느낌마저 들었다. 손이 시릴까봐 면장갑을 안에 끼고 그 위에 비닐장갑을 낀 후 다시 코팅된 목장갑을 끼어 손 시린 것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으나 털신을 신은 발은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였고, 선두에서 진행을 이끄느라 초반에 무리한 탓인지 다리에 힘이 빠져 비틀비틀 힘겹게 절을 할 즈음, 그러나 기도란 동참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뒤에서 목이 터져라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따라오는 행자님들을 보니 저절로 힘이 솟구치며 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삼보일배를 계속하였다.

가끔 티베트 불자들이 온 몸을 땅에 납작 엎드려 오체투지를 하며 며칠 혹은 몇 달을 걸려 성지를 삼보일배하는 것에 비하면 이정도의 삼보일배는 그리 힘들게 생각할 것은 아니나 모두들 한 걸음 한 걸음, 일 배 일 배에 개인의 수행완성과 가족의 행복, 그리고 ‘참고 견디며 살아야만 하는 사바세계’가 하루빨리 불국정토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는 삼보일배의 정진의 열기는 온 오대산의 한기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적멸보궁이 눈 앞에 보인다.


드디어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이 보이자 마치 저 계단위에 가면 부처님께서 연화좌대에 앉아 환한 미소로 대중들을 반기실 것 같은 느낌이 잠시 들었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대중들의 정근 목소리는 비로봉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간절했고 1시 반에 적멸보궁에 도착하여 뒤에서 따라오는 대중들이 모두 도착할 때가지 적멸보궁을 오른쪽으로 계속 돌며 석가모니불을 정근했다. 많은 대중이 한 줄로 서서 삼보일배를 하다 보니 후미가 완전히 도착하기까지는 30분이 더 걸렸다. 2시쯤에야 모두 도착하여 정근과 축원을 한 다음 반야심경 독송으로 삼보일배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다들 상기된 표정으로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저 멀리 발아래로 눈 덮인 오대산 자락들을 굽어보는 행자님들의 모습에는 힘든 삼보일배 수행을 해 냈다는 자신감과 흐뭇함이 얼굴가득 배어나오고 있었다.

몇 명의 행자님들이 내 옆으로 다가와 “교무스님, 이렇게 귀한 수행체험을 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하며 합장을 하고 지나갔다. 나도 가슴가득 번져 오르는 환희심을 자제하기가 힘들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오대산에 출가한 인연으로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의 삼보일배를 늘 염원해 왔었는데 스님노릇 20년 만에 오늘 드디어 해낸 것이다.

앞으로 단기출가학교는 물론이고 오대산에서 실시하는 모든 수행프로그램에 오늘의 이 삼보일배가 시발점이 되어 실참수행에 목말라하는 한국의 많은 불자들이 동참하여 사바를 향기롭게 하는 오대산의 오만송이 연꽃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식어가는 땀으로 얼고 있는 몸을 부비며 하산을 서둘렀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5-02-02 오후 1:38:00
 
한마디
가슴 밑 바닥 저 끝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 올라오고 온 몸으로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단기 출가학교를 계획하고 있는 저로서는 삼보일배의 수행체험을 함께한 기분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불자들에게 신심을 돈독케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단기출가학교에서 뵙겠습니다.
(2005-03-22 오후 3:36:58)
22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