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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도 멀지 않았으니 올 한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 한번 생각해 봐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지혜로운지 얘기해 줄까?
첫째, 사람들과 화합하며 살도록 노력해. 그러려면 일단 말이 많으면 안 되는 거야. 말을 하더라도 그 사람 장점을 이야기하도록 해요.
수행자라면 더욱 말이 없어야 하는 거야. 항상 쓸모 있는 말, 필요한 말만 해야 해. 망어ㆍ양설ㆍ악구 등은 시끄러운 문제의 발단이 되기 쉽지.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 하고, 목적이 뚜렷한 말 빼고는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나한테 엄청 잘하던 어떤 스님이 있었어. 생일 때마다 나를 초대해서 잘 먹고 놀게 해줬는데, 내가 하루는 무심코 번잡스럽게 생일잔치 챙기지 말라고 했어. 그랬더니 서운한지 다음부터는 일체 초청을 안 하더라고. 생각해봐, 초청하지 않는다고 생일잔치 안 하는 거 아니잖아? 그게 바로 입방아 한번에 몇 십 년 얻어먹을 게 없어지는 이치야.
남에게 이득이 안 되는 이야기는 화합만 깨뜨려. 친구들에게도 덕담을 많이 해 줘. 자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어도 막상 남에게 그걸 들으면 싫은 법이거든.
둘째, 뭐든지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하면 잘 되게 돼 있어. 세상 이치가 인연법의 도리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좋은 원인에 좋은 결과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거야. ‘부처님 일은 만사성취’란 말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일하면 뭐든지 잘 된다는 뜻이야. 자비로운 마음 갖고 욕심을 줄이면 부처님의 지혜도 저절로 생기는 거야. 그런 지혜가 생기면 사람들을 화합하고 잘 살도록 만들어줄 수 있지.
셋째, 내 생활이 양명(陽明)해야 돼. 모두가 내 행실을 알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지. 양명치 않으면 사람들이 나의 행실에 의문부호를 붙이지. 그러면 반드시 이상한 소문이 나는 법이야.
예전에 누가 정광학원 이사장 좀 해달라기에 내가 그 학교 소문을 좀 들어봤어. ‘깡패학교 연애학교 도둑학교’ 이런 못된 소문은 다 붙었더구만. 불교학교라 누가 일부러 험담을 했나 하고 이유를 조사해보니 그게 아니야. 몰래 돈 받고 선생을 뽑은 거야. 학교 운영을 정정당당하게, 투명하게 못 한 거지.
우리 동국대도 옛날에는 최고 수준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많이 떨어졌잖아. 특히 교수 수준이 조금씩 낮아진 데는 그만한 원인이 있는 거야. 나는 선생 뽑을 때 돈 갖고 온 놈은 자격이 없다고 해 버려. 그 놈은 돈 욕심으로 왔거든. 5~6년 정도 선생을 바르게 뽑으니까 이제는 정광학원에 대해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없어졌지.
넷째, 나를 위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해. 남을 위한 일을 하란 말이야. 올해가 닭 해인데, 닭이란 놈은 남을 위한 일을 하지, 자기 위한 일을 하는 거 봤어? 노상 사람을 위해서 새벽에 꼬끼오 울잖아? 닭처럼 남을 위해서 살아봐.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는 <금강경>에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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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정법이기 때문에 어느 것도 내 것이라고 할 수 없지? 바로 법정 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야. 내 것이라 할 게 없는데 감출 게 뭐 있겠어. 나를 드러내니까 자연스럽게 양명도 되는 것이고, 굳이 나를 위해 따로 뭘 할 것도 없어. 이런 마음 바탕이 갖춰진 후에야 모든 게 차근차근 이뤄지는 것이야.
일단 무소유란 마음을 가지면 남을 구하겠다는 자비심, 보살심이 저절로 생기게 돼. 내 것이 없는데 남과 다툴 일이 있겠어? 남이 어렵다면 당연히 도와야겠지. 이렇게 남과 나를 구별하지 않는 사람, 남을 구제하겠다는 사람이 나쁜 말을 하고 사람들의 화합을 깰 턱이 없지.
불교는 하나만 알면 다른 것도 저절로 알게 돼 있어. 무유정법, 무소유, 자비심, 보살심이 모두 하나의 원리에서 나온 거야. <금강경>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불교의 모든 이치를 깨칠 수 있는 게 이런 데서 나오는 거야.
예전에는 스님들이 이런 것을 알아도 실천은 못 했어. 자비란 말은 들어도 그걸 실천할 길을 찾지 못했고 포교란 말은 들어도 실천하는 사람이 없었어. 그만큼 현실에서 멀어진 불교였던 거야. 내가 몇 십 년 전부터 고아원, 복지관, 납골당을 세웠던 것은 경전 속의 ‘자비’가 곧 오늘날의 복지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요새 보니까 우리 스님들이 세상에 대해 눈을 조금씩 뜨는 것 같아. 복지를 생각하는 스님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야. 스님이라면 복지사업을 할 수 있는 절을 만들어야해. 세상이 점점 물질로 흐르면서 흉악한 일이 많아지잖아. 스님들이 복지를 안 하면 도둑놈 살인자가 엄청 나오게 돼 있어.
스님들은 앞으로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무조건 데려가 키워야 해. 그들을 받아들여서 가르쳐야 해. 보통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자식 유학을 시키기 어렵지만 우리 스님들은 쉽게 할 수 있어. 미국이고 어디고 다 절이 있으니 그곳으로 학생들을 보내서 가르쳐달라고 하면 다 할 수 있잖아. 우리 불교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곳도 드물어. 얼마나 좋은 일이야.
그게 다 포교이고 불교 복지 아니겠어? 포교는 종파며 문중이며 승속을 떠나 불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야. 포교와 복지를 연결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국불교에 희망이 있어. 부디 명심해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배웠으면 남을 위해 회향하려고 노력하길 바래.
올해에는 불자들이 자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 불교하면 ‘구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옛날 한국의 좋은 문화가 다 불교에서 나온 거야. 한의학이며 국악 같은 것도 중생을 구제하려고 큰 스님들이 발전시키고 퍼뜨린 거야. 괜히 좌절하거나 ‘남 탓’ 하지 말고 우리가 불교를 신식으로 바꿔놓겠다, 내 손으로 불교를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해야 해.
이런 일 하기 위해 제발 헛된 욕심은 부리지 말아. 돈 두고 죽은 몸을 내가 여럿 봤어. 돈 때문에 전부 분쟁만 일어났어. 요 근래도 문제가 터진 거 봤지? 대단하더구만. 죽을 때 사회에 다 내놔야 해. 부처님 말씀에는 하나도 그른 게 없어. 무소유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그런 거야.
요새 환경문제 때문에 시끄럽지.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니 스님들이 불사를 하긴 해야 할 일인데, 그걸 너무 과하게 하면 안 돼. 수행자가 환경을 파괴한다고 욕먹어서는 안 되겠지. 그러려고 하면 불사를 하기에 앞서 스님들 사이에서 수행하는 분위기가 일어나야 해. 여법하게 수행을 하면서 불사를 하면 과욕을 안 부리게 되지. 수행자가 속인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수행과 스님은 하나가 돼야 해.
출가를 해서 강원에서 공부를 했다면 <금강경> <원각경> <능엄경> 중 하나 이상은 통달해야 할 거야. 그래서 중생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법문을 해야 불교의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중생이 없으면 부처님이 무슨 소용이겠어? 중생을 위한 부처님이란 상이 바르게 세워져야 해. 수행자, 특히 스님이라면 중생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거야. 중생과 하나가 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어야 해.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스님을 따르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요새 선지식 중에는 중생들이 읽기 어려운 책을 억지로 펴내는 사람도 있어. 그건 잘못이야. 몇 명이나 그 책을 읽겠어. 어지간해서 못 알아볼 책은 돈 들여 내는 게 아니야.
이제 새해야. 무엇인가 시작한다는 것은 계획을 세우고 작심(作心)을 하는데서 비롯되는 거지. 유시유종(有始有終)이기 때문에 무시(無始)면 무종(無終)이야. 시작의 의미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있는 거야. 올 한해 저마다 할 일이 많겠지만,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얻게 될 각자의 몫도 다른 법이야. 그래서 시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야. 모두들 초발심으로 돌아가 하나씩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법이야.
▣ 천운 스님은
인재 양성에 한평생…고아 200여명 자식처럼 길러
천운(天雲) 스님은 ‘인재를 기르는 분’이란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스님이다. 40년 동안 200여 명이나 되는 고아를 자기 자식처럼 돌본 것, 교육사업에 혼신을 다한 것만 보더라도 인재를 아끼는 스님의 각별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스님의 손길을 거쳐 간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와 한국불교의 튼튼한 대들보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스님은 화엄사 주지 당시 36명을 동시에 출가시킨 일을 늘 자랑삼아 말할 정도다. 그 때문에 성철 스님으로부터 “니가 ‘중 만드는 공장’이냐”는 꾸중 아닌 꾸중(?)을 듣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신다.
스님의 인재를 아끼는 마음은 스승인 지암 스님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 지암 스님은 나라를 잃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불교를 살리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고 믿었다.
지암 스님이 유학을 보내준 백성욱, 김법린 박사 등은 훗날 한국불교 발전에 훌륭한 밑거름 역할을 했다.
천운 스님은 광주에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불교대학, 어린이집, 신협 등 10여개 시설, 해남 목포까지 합치면 20여개가 넘는 복지시설을 운영한다. 현재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결코 뒤로 물러남이 없이 언제나 ‘현역’이다. 정광중고등학교 이사장, 전남도청불자회장 등도 맡고 있다.
천운 스님은 1930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47년 지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56년 지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이후 송광사 용암사 도갑사 등에서 안거를 성만하고 구례 화엄사 해남 대흥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과 해남 대흥사 조실로 계시면서 향림사에 주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