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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고 팍팍할 때면 누구나 입버릇처럼 내뱉어본 말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출가’는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탈출구로 이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가 힘들수록, 삶을 꾸려가기가 어려울수록 출가에 대한 환상과 유혹은 커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월정사(주지 정념)가 개설한 ‘단기출가학교’에 매번 정원의 2~3배가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고, 3기생 모집에는 무려 6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몰린 것도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출가-마음을 찾아서>는 같은 제목으로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 TV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월정사 단기출가 1기생들의 한 달 생활을 내레이션 없이 그대로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출가’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책에는 1기 단기출가생인 이민우씨(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의 출가일지와 프로그램을 제작한 윤영관 PD의 제작기가 함께 담겨 있다.
14살의 문경원군부터 70세의 송광섭씨 까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출가’를 감행한 52명이 같은 공간에서 한 달을 함께 살아야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사회에서 한 시도 떨어져 있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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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출가학교 일정이 시작되자 ‘깨달음’이라는 큰 목적은 간데없고 낯설음과의 사투가 이어진다.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도, 손을 배꼽 근처에 가지런히 모으고 걷는 차수(叉手)도, 고춧가루 하나 남김없이 먹어야 하는 발우공양도, 새벽 세 시부터 시작되는 하루 일과도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하루에 열두 번은 더 마음이 곤두박질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출가를 해야지 말아야지, 동고동락하는 행자들이 좋다가 싫다가, 예불이 신성하다가 연극 같다가 한다. 태극권과 요가를 가르치는 스님은 강의 때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고르기를 잘하라 하신다. 호흡하기도 힘든데 마음 조절은커녕, 무슨 큰일을 해낼 수 있을까.”
바뀐 생활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군대 이등병’처럼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 얼른 예불과 청규(淸規)를 몸에 익히고, ‘나’를 찾는 ‘참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하다.
“단풍 들 듯이 중물 들면 좋겠어. 저렇게 나한테 시절 인연이 와닿았으면 좋겠어….”
한 달간의 단기출가 과정 동안 참가자들이 얻은 것은 각자가 품은 고민의 폭과 깊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참가자 중 더러는 출가자의 길을 걷게 된 이도 있고, 대부분은 다시 사회로 돌아와 ‘지금 현재’를 더 치열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이 그리고 단기출가학교가 ‘출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다만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그들이 ‘출가’와 ‘깨달음’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었나갔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도를 구하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일으킨 그때가 바로 정각을 이룬 때라는 말이다. ‘단기출가학교’라는 방편은 진정한 ‘출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먼저 둘러보고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 주고기 위한 것이 아닐까?
□ <출가>(윤영관ㆍ이민우 글/사진, 동아시아, 9천8백원)